[소설]8월의 저편 38…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10)

  • 입력 2002년 6월 4일 18시 00분


“잠시 더 쉬어도 괜찮은데.”

“아니오, 더 오래 쉬면 못 뛸 것 같아요. 걸으면서, 몸을 아픔에 길들이고, 천천히 속도를 올리죠. 일단은 천천히.”

눈을 감고 오른 다리 숨을 들이쉬고 왼 다리 아야! 아픔이 이래도 이래도 더 뛸 거냐고 강경하게 큐우 파아 아스팔트 위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는 종이컵을 피할 수도 큐우 넘어갈 수도 파아 짓뭉갤 수도 큐우 없다 파아 약간이라도 무릎을 구부리면 심한 통증이 큐우 파아 왼다리를 쭉 펴고 종이컵을 걷어차고 걷는다 아아! 큐우 파아 아픔이 가로막고 있다 큐우 파아 기둥처럼 딱딱한 다리로 큐우 파아 이대로 걸어가면 나는 아픔 앞에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눈을 뜨고 앞을 보고 이를 꽉 깨물지 말고 큐우 파아 큐우 파아 오른 다리 왼 다리! 큐큐 파파 오른 다리 왼 다리! 큐큐 파파 아픔의 틈새를 노려 조금씩 빠른 걸음으로 큐큐 파파 아픔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큐큐 파파 그 다음 아픔을 앞지르고 큐큐 파파 뛴다!

“아야!”

“유씨, 저기를 봐요. 저 사람도 다리를 질질 끌고 있죠. 저 사람은 붕대를 칭칭 감았고, 유씨만 아픈 게 아니에요.”

“이 대회에 참가한 1만 2000명 전원의 무릎이 아프다고 해도, 그래서 내 아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에요.”

“…하기는, 오르막길이네요. 하낫 둘, 하낫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낫 둘!”

하낫 둘 하낫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낫 둘! 구령 소리를 내는 것만도 힘들겠지 감기 때문에 열이 있는데도 같이 뛰어주는 사토 코치에게 하낫 둘 하낫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낫 둘! 말대답이나 하고 하낫 둘 하낫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낫 둘! 오르막 길을 오르면서는 모두들 걷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걷고 나는 뛰고 있는데 폭이 좁혀지지 않다니 하낫 둘 하낫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낫 둘! 저 사람들의 잰 걸음과 내 뛰는 속도가 거의 같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하낫 둘 하낫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낫 둘!

걸어도 비슷할지 모르겠다

“한 사람 앞질렀어요! 유씨보다 몸집이 있는 여자가 앞에서 뛰고 있어요. 저 여자의 등을 보고, 하낫 둘, 하낫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낫 둘! 앞섰어요! 자 이제는 내리막 길.”

“속도 줄여야겠어요. 무릎이 부하를 견디지 못해요. 아야!”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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