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의 일본패션 엿보기]장난감 패션

  • 입력 2000년 6월 11일 21시 38분


희한한 차림의 남녀가 일본 도쿄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 갓난아이에게 물리는 장난감 젖꼭지 노리개를 똑같이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 먼저 눈에 띈다.

여성은 보랏빛 나리보양의 노리개, 남성은 노리개에 구슬로 연결시킨 스마일 팬던트까지 목에 걸었다. 손에는 장난감 권총을 들고 한쪽 옆구리에는 플라스틱 체인 줄을 늘어뜨렸다.

금방이라도 장난치고 뛰놀 태세. 의상도 여기에 맞춰, 남아돌 정도로 헐렁헐렁한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힙합스타일이다. 토끼모양의 모자를 쓴 여성들도 볼 수 있다.

이제, 하다하다 ‘장난감 패션’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이런 몰골에 대해 일본 언론은 ‘어디까지 해야 직성이 풀릴 것인지, 혹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 호르몬 탓은 아닌지, 일본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장난감 패션은 욕구불만 애정부족에서 오는 ‘퇴행 행위’의 패션판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점차 어려지는 차림새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요즘 일본 젊은이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무엇이 그들을 이처럼 욕구불만 애정부족 상황으로 몰아놓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일본은 장난감 천국이다. 한때 어른 남자들을 위한 섹스 장난감 가게가 거리에 넘쳐나더니 이제는 젊은이가 젖꼭지 노리개를 물고 다니는 웃지 못할 일이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유리(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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