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스스로 부딪치고 깨닫기를… 삶의 교훈이 더 값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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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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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100인이 미래의 100인에게… ‘자녀와 제자들을 위한 나의 조언’

데니스 홍 미국 버지니아텍 기계공학과 교수가 초등학생일 때 부모가 컬러TV를 처음으로 사왔다. 어떤 기계든 분해하기를 즐겼던 그는 이 진기한 전자기기를 그냥 두지 않았다. 다음 날 비싼 컬러TV는 단박에 고장이 났지만 부모는 그를 혼내지 않았다. 홍 교수의 부모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자식을 그저 바라봐 주었다. 부모는 그의 선택을 존중했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걸 믿었다. ‘10년 후 한국을 빛낼 100인’은 이처럼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랐다. 자녀와 제자를 키우는 100인의 교육관에도 이런 자양분이 진득하게 배어 있다.

○ 중요한 것은 자신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자녀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은 “네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해라”다. 가장 하고 싶은 일, 가장 끌리는 일에 집중하되 주변에서 추구하는 욕망을 무턱대고 따라가지는 말라는 것이다. 변대규 휴맥스 대표이사도 “어릴 때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도록 교육받았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기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성찰하면서 스스로의 성장을 이끌어내도록” 자녀들에게 유념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100인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태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스스로 부딪치고 깨닫기를 바란다. 실제 살아오면서 학교에서 얻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삶에서 얻은 교훈이 더 의미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국악인 이자람 씨는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 또한 내 몫이라는 걸 부모님과 훌륭한 스승들 밑에서 배웠다”고 했다.

자신의 길이 결정됐다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라고 100인은 권한다. 전력투구하라는 것이다.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사회적 성공 여부를 떠나 매사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한다. 김기문 포스텍 화학과 홍덕석좌교수가 “노력과 고통 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최선을 다하는 데 필요한 방법론도 제시됐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 어떤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습관, 즉 회의(懷疑)하는 정신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강조한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상임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마음껏 경험하라. 그리고 그 경험이 자신에게 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라”라고 조언했다. 주의 깊게 듣는 것이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고배를 들었지만 권영진 새누리당 의원은 “진리는 사람들 속에 있다. 타인의 말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서는 늘 기록하고 메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여유를 잃지 말고 주변을 보라

지난해 20만 권 넘게 팔린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작가 김애란 씨는 “어릴 때 심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고 했다. 스스로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위해서는 먼저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이다. 무엇에 쫓기듯 살지 말라는 메시지다.

엄홍길 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는 그럴 때 밖으로 나가라고 권유한다. “갇힌 공간과 기계적인 생활을 벗어나 자연으로 뛰쳐나가라”고 했다. 이효철 KAIST 화학과 교수는 “삶을 감사하며 행복하게 음미할 줄 아는 삶의 여유를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삶이 경쟁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가 배명훈 씨는 “앞으로 자식이 생기면 삶은 경쟁부문이 아니라고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너는 경쟁부문 출품작이 아니란다.”

100인은 똑똑하고 유능하지만 ‘독불장군’ 식 태도를 경계했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중견석좌교수는 “결국에 가서 어려운 것은 연구가 아니고 사람과의 관계”라며 주위를 둘러보라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무리의 위대함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며 협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혼자 살지 않기에 견해차와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말라”고 조언한다. 예의를 지킨다는 건 상대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서갑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경쟁이 필요악이긴 하지만 경쟁에서 졌을 때 상대방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아량을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상대를 인정하면 할수록 자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보약이 될 때가 많았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100인이 생각하는 교육관은 다양하다. 그러나 크게 간추린다면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한비야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의 말로 대변될지도 모른다. “돈에 자신의 꿈을 팔지 말라.” 그리고 “세상에 둘도 없는 자기 자신으로 자라주길…”.

■ 특별취재팀

▽팀장 이진 경제부 차장 leej@donga.com  
▽주말섹션O2팀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치부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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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사회부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김태원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4학년  
▽송지은 인턴기자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졸업  
▽이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재학  
▽이용우 인턴기자 동국대 법학과 4학년  
#한국을 빛낼 100인#교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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