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무인(無人) 자동차를 타고 서울 종암동에서 상암동까지 내부순환도로를 달려 본 적이 있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시속 60km까지 밟았다.
무인차는 카메라로 양 옆 차선을 인식해 방향을 틀었다. 접촉 사고를 걱정했지만 제법 안정적이었다. 연구 목적으로 허용되긴 했지만, ‘내부순환로 무인 질주’였던 셈이다.
한민홍 당시 고려대 교수가 개발한 그 무인차를 눈여겨본 기업은 많지 않았다. 연구비 부족으로 전기차는 값싼 마티즈 모델이었다. 그 뒤로 간간이 한 교수의 소식이 들려왔지만 뭔가 큰 비즈니스가 성사됐다는 얘기를 잘 듣지는 못했다.
한국에서 ‘무인질주’가 추억에 머무는 사이 태평양 건너 미국에선 무인차 사업이 계속 굴러갔다. 국방기술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는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2004년 무인자동차 대회를 열었다. 미국 전역의 대학들이 도전장을 냈지만 모두 코스를 완주하지 못해 허탈하게 끝났다.
이듬해에 비로소 스타가 탄생했다. 카네기멜론대를 제치고 깜짝 우승한 스탠퍼드대였다. 우승팀을 이끈 사람이 제바스티안 트룬 교수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미친 듯이 찾던 구글이 그를 가만 놔둘 리 없었다. 트룬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무인차를 개발했다. 구글이 이런 시도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던 건 혁신의 미래가치를 믿고 큰돈을 댄 투자자 덕분이다.
행정기관은 그 성취를 구경만 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판을 깔아 줬다.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STA)은 무인차 교통사고에 대비한 새 정책을 만들고,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네바다 주는 시험 운행을 승인했다. 지난해 네바다는 처음으로 무인차에 면허증을 발급했다. 공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공무원들이 교통안전을 해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한 거다.
우리 정부도 창조경제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으니 이런 작품 한번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에게 과학기술을 가르치고, 연구자에게 충분한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면, 그 연구 성과물로 창업이 이어지고, 혁신기업이 대기업과 동반성장해서, 세계 시장을 휘어잡는 그런 훌륭한 성과 말이다.
하지만 이게 웬만해선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럴 때면 정부는 항상 인위적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려는 유혹에 빠진다. 성취의 주인공이 되려 한다. 아쉽지만 성공한 적은 많지 않다.
조만간 선보이겠다는 창조경제 인터넷 사이트 ‘창조경제 타운’도 그런 사례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창조경제 타운에선 일반 국민의 아이디어와 대기업의 노하우를 직접 연결해 줄 거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잘 도와 달라고 직접 부탁했다.
기자는 창조경제 타운이 문을 열면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면 어떨까요’라는 아이디어를 올려 보려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지켜볼 생각이다. 참 답답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