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고유정 의붓아들 수사…비난 잦아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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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7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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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 6월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영상캡처)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 6월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영상캡처)
장장 6개월에 걸친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 경찰 수사가 고유정의 연쇄살인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고유정의 범행으로 결론 났지만, 수사 초중반 친부의 과실에 다소 무게를 뒀던 경찰을 향한 비난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고유정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직접증거 확보에는 실패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고유정의 범행으로 볼 만한 여러 정황증거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편 A씨(37)에게서 고유정이 처방받은 특이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것과 고유정이 아들의 사인으로 나온 ‘질식사’ 등을 범행 전 인터넷으로 검색한 점 등이다.

직접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데다 고유정이 범행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있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사 중반까지도 경찰은 고유정의 살해와 A씨의 과실 가능성 중 후자에 다소 무게를 뒀다.

A씨에게서 졸피뎀 등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수사는 고유정 범행으로 무게가 실렸다. A씨에 대한 추가 약물 검사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나왔기 때문이다.

해당 약물은 지난해 11월 고유정이 처방받은 약물과 성분이 동일했다. 고유정 역시 2차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모두 ‘거짓’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일련의 수사 과정을 지켜본 여론은 들끓었다. ‘고유정 범행이라는 걸 경찰만 모르는 것이냐’ ‘애꿎은 애 아빠를 잡는다’ ‘고유정에게 또 놀아난다’ 등 수사력을 질타하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지난 6월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 News1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지난 6월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 News1
충북지방경찰청 한 간부는 “당사자들의 진술에 상당 부분을 의지해야 하는 무척 까다로운 사건인데, 양측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려 수사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방면으로 수사해야 한다”며 “남편에 대한 조사 역시 수사의 한 과정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2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A씨는 고인의 죽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권리도 박탈당한 채 현재까지도 피의자로서 수사를 받는 형편”이라며 “경찰 수사에 상당한 유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소한 A씨와 고유정을 동일 선상에서 면밀히 수사에 착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경찰 수사를 지적했다.

법률대리인은 “경찰이 늦게나마 수사의 미흡함을 확인하고 증거자료를 보완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결정을 해 준 것에 대해서는 안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정의 태도와 범행 실행의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향후에도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며 “A씨는 진실 발견을 위해 검찰의 추가 수사와 공판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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