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독서는 내 삶의 방식”… 러 작가 11명 줄줄이 거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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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방송서 신상 이례적 공개
“4세때 수영 배워… 아이스하키 최고 주석직 맡은후엔 일에 파묻혀 지내
56개 민족-13억 인구 통치하는 건 열 손가락으로 피아노 치는 것”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석직에 오른 뒤의 생활과 평소 좋아하는 스포츠, 러시아 문인 이름을 줄줄 꿰는 문학적 수준 등 인간적 면모를 털어놨다.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개인 사생활을 비밀에 부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유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감의 표현이자 세련된 정치 기교라는 평가도 나온다.

겨울올림픽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6∼8일)한 시 주석은 7일 러시아TV와 인터뷰했다. 그는 자신의 생활에 대해 “중국은 960만 km²의 국토에 56개 민족, 13억 명 인구를 갖고 있다”며 “중국에서 지도자를 맡는다는 것은 여러 방면의 일을 통일적으로 계획하고 돌봐야 함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때는 큰 것을 잡는 대신에 작은 것을 포기하고, 어떤 때는 작은 것을 통해 큰 것을 취하기도 한다”며 “10개 손가락을 다 갖고 피아노를 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일(주석직)을 맡은 뒤부터 기본적으로 개인시간이 없다. 올해 춘제(春節·설)에 ‘시간이 어디로 가는가’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내 시간은 일에 파묻혀 다 흘러가버리고 있다”고도 했다.

스포츠광의 면모도 드러냈다. 그는 “수영과 등산을 좋아한다. 수영은 4, 5세 때 배웠다”며 “축구 배구 농구 테니스 무술 등도 좋아한다”고 밝혔다. 특히 빙상 종목 중 가장 격한 운동인 아이스하키를 거론하며 “선수 개인의 역량과 기술뿐만 아니라 단체의 협동이 중요하다. 좋은 운동이다”고 치켜세웠다.

시 주석은 러시아 문학에도 깊은 조예를 보여줬다. 그는 “독서와 영화 보기, 여행, 산책을 좋아하는데 요즘 내가 할 수 있는 게 독서이고 내 삶의 방식이 됐다”며 러시아 작가들의 이름을 줄줄이 들었다. 크릴로프, 푸시킨, 고골리, 레르몬토프, 투르게네프, 도스토옙스키, 네크라소프, 체르니<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숄로호프 등 11명을 거론하며 “이들 작품에 나온 장면과 정서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 주석은 문화혁명 때 중학교를 다니다 산시(陝西) 성의 산촌 량자허(梁家河)로 ‘하방(下放)’된 뒤 늦깎이로 대학을 나왔다. 이 때문에 그의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았다.

베이징(北京)의 한 정치분석가는 “시 주석의 자기고백적 인터뷰는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유도하고 권력기반을 인정해달라는 대내용 정치행위의 성격도 강하다”고 진단했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이 수영 장면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면서 체력을 과시하고 건재함을 확인했다면 시 주석은 지덕체를 모두 강조하며 강력한 지도자로 자신을 마케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개혁의) 맛있는 고기는 다 먹었고 이제 딱딱한 뼈만 남았다”며 더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8일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쿠릴 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협의를 계속하고 올해 가을 푸틴 대통령이 일본에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가 우려해온 일본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대해 “총리로서 말하지만 일본의 MD는 러시아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시진핑#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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