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도 못믿어… 글로벌 자금, 美-獨국채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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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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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이 발행하는 국채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금리는 하락)로 치솟고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이 깊어지면서 경제가 탄탄한 국가에서 발행한 채권만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이 외면받는 등 기존 ‘안전자산 원칙’이 흔들리는 점도 눈길을 끈다.

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56%로 떨어지면서 1946년 미국 금융당국의 금리 산정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날 금리는 장중 한때 1.53%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또 독일 국채인 ‘분트(Bund)’ 금리도 전날보다 0.07%포인트 내린 1.20%에 거래를 마쳤고 영국 국채 금리도 1.57%까지 떨어졌다. 모두 10년 만기 기준으로 사상 최저치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국채의 수익률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에 형성됐다. 최저 기록은 아니지만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장중 0.81%까지 하락하며 2003년 7월 이래 가장 낮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는 나라로 꼽히는 한국 국채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일 현재 3.30%로 3월 말보다 0.34%포인트나 떨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 국채도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유럽 재정위기 국면에서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 중에는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가치의 상승세가 거세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 인덱스는 1일 83.3까지 올라 2010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올 3월 한때 달러당 84엔까지 올라갔던 엔화 환율도 1일 달러당 78엔대로 떨어졌다(엔화 가치는 상승).

일본은 지난해 대지진으로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최근엔 무역적자와 정부부채가 쌓이는 가운데서도 통화가치가 치솟으면서 경제난이 겹치고 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일본의 경제 상황보다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을 보고 투자하고 있다”며 “엔화가 안전자산이라는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의 가격은 지난해 9월 온스당 1920달러 선에서 현재 1560달러까지 떨어졌다. 금 수요가 미국과 독일 국채 매입으로 돌아서고 달러화 강세로 금 매입비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 역시 최근 석 달간 21.7% 하락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그리스 스페인에서 비롯된 유로존 붕괴 위기가 안전자산 추구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 결과 유럽에서 가장 부강한 독일과 유로화를 안 쓰는 영국과 스위스, 전통적 경제 강국인 미국, 일본의 채권 및 화폐 값이 뛰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글로벌 자금#유로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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