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 집착하는 친박 “分黨도 각오” vs 혁신 발목잡힌 비박 “제3의길 모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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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비대위-혁신위 출범 무산]여권發 정계개편론 꿈틀… 朴대통령-유승민 구심점 가능성

새누리당이 17일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키지 못하면서 분당(分黨)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나온다. 친박-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이 증폭될 경우 내년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 속에 여권발 ‘정계 개편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이날 당 안팎에선 한동안 잠잠하던 친박 패권주의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계파 이익에 사로잡힌 친박계가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은 없이 정진석 비대위-김용태 혁신위를 부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의 위기를 수습할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차기 당권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4·13총선에서 당내 수적 우위를 점한 친박계 내부에선 “분당까지 각오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을 재편해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박계 및 영남 중심의 정당을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배경에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박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을 인선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비박계 강성인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비대위원들마저 비박계를 대거 기용하자 향후 당권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것이다.한 친박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원내대표와 관련해 “원내대표 경선 당시 친박계가 물밑 지원을 많이 했는데 이제 와 자신이 잘해서 당선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정 원내대표를) 끝까지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 일각에서도 당 혁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계 개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이 계속 친박계 위주로 가게 되면 내년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어 수도권과 영남권 일부 의원이 탈당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할 경우 내년 봄에 새로운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수도권 및 영남권 일부 지분을 갖고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당과 대선 주자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로 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영남권 의원도 “친박 의원들과는 같은 정당에 있기 힘들다”며 “야권이 총선을 앞두고 2개의 당으로 개편됐듯이 여당도 대선을 앞두고 보수와 중도보수 성향의 정당으로 쪼개질 수 있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계 개편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친박계의 분당론은 상대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비협조적인 비박계의 차기 당권 접수 등을 막기 위한 엄포성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또 비박계도 탈당하기 위해선 확실한 대선 주자가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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