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 작전으로 최고지도자 제거했지만 이란 정권 건재 과시
이스라엘, 트럼프 압박에도 “레바논 계속 주둔”…마가 MOU에 실망
[옵뷔르겐=AP/뉴시스]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가운데) 이란 외무장관이 21일 새벽(현지 시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왼쪽) 의회 의장이 이끄는 협상단과 함께 스위스 옵뷔르겐의 뷔르겐스토크 리조트에 도착하고 있다. 2026.06.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합의를 도출하려는 시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과시하고,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공방을 벌이며 트럼프 지지 기반인 우파 세력이 이란에 지나치게 양보한다고 반발하면서 역풍에 직면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이날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지만, 첫날부터 양측은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협상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이런 난관은 수개월간 지속된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양국이 종전 MOU에 서명하면서 고유가와 불안한 주식 시장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됐지만, 이란이 자국 핵프로그램 제한 방안을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J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로 확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협상력 전쟁 전보다 더 강해져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 2월보다 이란과의 협상력이 더 약해졌을 수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당시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공격으로 정권이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지난 2월 28일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암살당한 후에도 정권이 버틸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선박들에 대한 공격 위협만으로도 세계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밴스 부통령과 다른 미국 고위 관리들은 호르무즈 재개방 등 수많은 쟁점을 놓고 이란과 협상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세력들은 미국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과도한 양보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인들에게 지원이 곧 제공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도 더 이상 이란 정권 교체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보유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말해 해당 무기로 위협을 느끼는 미국의 동맹국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주식 시장의 상승세를 저해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피하고 싶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대화를 시도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레바논에 있는 고액의 보수를 받는 대리 세력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즉시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이란을 다시 한번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란이 이런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이스라엘 관계 전문가이자 행정부에 중동 정책 자문을 제공해 온 애론 데이비드는 “지금으로서는 그가 다시 나서서 이란에 맞서 반격할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 압력을 가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전쟁을 재개하거나 해상 봉쇄를 재시행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런 조처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우리는 이란에 대한 우리 자신의 억제력을 지나치게 약화해 버렸다”고 말했다.
폭스뉴스가 지난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8%는 지난 2월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취한 미국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5%에 불과했다.
◆레바논 문제·마가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협상 진행을 가로막는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휴전한다는 합의안을 어기고 레바논을 공격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레바논을 언급하면서 “건물을 폭파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경고하기도 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 공격에 맞서 필요한 만큼 레바논에 계속 병력을 주둔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1일 자신의 형인 요니 네타냐후 전사 50주기 추모식에서 한 히브리어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 공격으로부터 북부 주민과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한 레바논 남부 안보지대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 관련해 어떤 외교적 진전이 있더라도,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사악한 정권이 초래하는 즉각적 절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개시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핵폭탄을 보유했을 것이며 그것을 실제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으며, 이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이 점을 이스라엘 총리로서 단호하게 고수하며, 어떤 것도 이것을 바꾸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강경파들은 이란이 MOU 합의를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대표적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노력해 성사시킨 합의를 이란이 얼마나 오래 지킬지 지켜보겠다”며 “나는 지하디스트(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의 말을 절대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21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실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MOU를 통해 외교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전쟁을 벌이거나 다른 형태의 강압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일단 이 방법을 시도해 보자,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며 “하지만 (협상은) 결국 실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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