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총재 “우선순위 재설정, 반드시 2030년까지 완공 필요 없어”
‘脫석유’ 빈살만 리더십 타격 불가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뉴델리(인도)=AP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 건설의 핵심 사업인 ‘더라인(The Line)’ 완공 시기가 대폭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사업비 조달에 대한 어려움으로 그렇지 않아도 사업 속도가 더뎠던 가운데 이란 전쟁까지 겹친 탓이다. 전제군주식 통치 체제에 대한 국내외의 각종 비판을 ‘탈(脫)석유’에 따른 경제 성장으로 무마하려 했던 무함마드 왕세자의 리더십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15일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야시르 알 루마이얀 총재가 중동 매체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당초 2030년까지 완공하려던 더라인의 완공 시기를 늦출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루마이얀 총재는 “네옴의 우선순위를 재설정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모두가 ‘더 라인’이 네옴이라고 생각하지만 네옴의 사업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더라인을 반드시 2030년까지 완공해야 할 필요는 없다. 완공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필수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네옴은 홍해 인접 사막과 산악지대에 들어설 초대형 스마트 도시다. 서울의 약 44배에 이르는 2만6500km²에 해상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Oxagon)’,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Trojena)’ 등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며 석유에만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한 국가 전략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특히 더라인은 폭 200m, 높이 500m의 건물을 170km 길이로 연결하는 직선형 도시다. 인공지능(AI)과 친환경 에너지, 자율주행 교통체계 등을 결합해 900만 명이 상주할 수 있는 곳을 만든다는 계획이어서 공개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다만 네옴은 구상 자체의 비현실성, 예산 책정의 타당성 등으로 오래전부터 각계의 회의적인 시선을 받아 왔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초 5000억 달러(약 750조 원)의 예산을 제시하며 출발한 네옴시티 건설의 원안이 유지된다면, 최소 8조8000억 달러(약 1경3200조 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 2월 28일 발발한 이란 전쟁은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 이란이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에 나서면서 사우디의 원유 수출은 전쟁 이전 대비 하루 약 20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공습으로 사우디 내 에너지 인프라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네옴 사업까지 지지부진해진다면 무함마드 왕세자가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는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건설사뿐 아니라 네이버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또한 네옴 관련 공사와 기술 협력 입찰에 참여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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