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의혹’ 英상원의원 사임… 트럼프 “난 관련 없어”

  • 동아일보

남작 작위 받은 맨덜슨 前산업장관
엡스타인에 기밀 유출-돈 받은 정황
엡스타인 ‘러 스파이 說’ 의혹 확산
“北에 관심 많아” 지인에 이메일도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파문이 유럽 정가에도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피터 맨덜슨 상원의원 겸 전 영국 산업장관(72·사진)이 엡스타인에게 정부 주요 기밀을 넘겼다는 의혹에 휩싸여 상원의원직에서 물러났다. 폴란드 정부는 엡스타인이 러시아 정보당국과 결탁한 스파이였단 의혹을 자체 조사하기로 했다.

3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마이클 포사이스 영국 상원의장은 이날 상원에서 맨덜슨이 4일자로 상원의원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맨덜슨은 영국 노동당의 유력 정치인으로, 주미 대사와 산업·통상장관 등을 지냈다. 1992∼2004년 하원의원을 지낸 데 이어 2008년 남작 작위를 받아 종신 귀족이 되면서 상원의원이 됐다. 이날 상원의원직을 사임했지만 남작 작위는 일단 유지된다.

맨덜슨은 2009∼2010년 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산업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엡스타인에게 금융위기 대책, 자산 매각 기밀 등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의 이메일에 따르면 맨덜슨은 2009년 영국 정부의 자산 매각 및 세금 자료에 이어 2010년 유럽의 5000억 유로(약 855조 원) 규모 구제금융 관련 자료 등을 공식 발표 전 엡스타인에게 보내줬다. 맨덜슨은 2000년대 초반 엡스타인으로부터 총 7만5000달러(약 1억875만 원)를 송금받은 사실도 드러나 40년간 몸담아온 노동당을 1일 자진 탈당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맨덜슨은 나라를 실망시켰다”며 그의 작위 박탈을 위한 법안을 “가능한 한 빨리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런던 경찰청은 공직을 남용해 기밀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맨덜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엡스타인 문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과 모스크바가 각각 수천 번씩 등장하면서 엡스타인이 러시아 공작원이었다는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엡스타인의 러시아 스파이설을 규명하는 조사팀을 법무부와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눈을 감고 참모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눈을 감고 참모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엡스타인 문건 공개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자신과 관련된 내용은 문건에 나오지 않았다며 “이제 보건의료나 사람들이 실제로 신경 쓰는 다른 문제들로 넘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NK뉴스는 이번에 공개된 엡스타인 문건엔 엡스타인이 지인들에게 북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이메일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2013년 12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참모였던 올리비에 콜롱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북한에 관심이 아주 많다”고 했다. 이에 콜롱은 “그렇다면 알려줄 특급기밀이 있다. 1월에 모스크바에 가겠냐”고 물었고, 엡스타인은 좋은 생각이라면서 북한에 다녀온 몽골 대통령을 만나러 몽골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콜롱은 채굴 및 인프라와 관련된 100억 달러가 걸린 문제라고 했지만, 이후 두 사람이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성년자 성착취#피터 맨덜슨#영국 상원의원#기밀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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