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주 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차지훈 주 유엔대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외교 경험이 전무한 가운데 주 유엔 대사로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차지훈 대사가 17일(현지 시간)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표적 외교 상식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곤혹을 치렀다.
차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으로부터 자질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날 국감은 질의 의원 6명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고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은 1명에 불과해 차 대사의 자질 논란에 대한 질문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다자외교가 중요한 시기에 주 유엔 대사의 자리의 중요성이 막중하고 거는 기대가 크다”며 격려성 발언을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유일한 야당 의원이었던 김 의원은 이날 “지금 주유엔 대사 임명에 대해 말이 많다”며 “이 중요한 시기에 전문성이 결여되고 경험도 일천하고 외교가에 문외한인 대사라는 전형적인 ‘코드 인사’라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 대사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제2375호의 내용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안보리 결의 제2375호는 지난 2017년 북한의 제6차 핵실험에 대응해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로, 대북 유류 제공 제한, 섬유수출 금지, 북한 해외노동자의 신규 노동허가 금지 등 강력한 제재 사항을 담아 외교가의 상식처럼 여겨지는 결의안이다. 이에 대해 차 대사는 “아시겠지만 안보리 결의가 많은 상황이라”라며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의원은 이어 차 대사에게 다자 외교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몰타 회담의 내용은 알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몰타회담은 1989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서기장이 지중해 몰타에서 만나 가진 정상회담으로, 냉전에 마침표를 찍은 상징적 회담이다. 차 대사는 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이날 차 대사는 자질 논란을 의식한 듯 스스로를 국제법 전문가로 소개하며 “30년 전에 유엔 (관련) 입법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와서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80년 전 출범 당시랑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고 (국제법) 법률 전문가니까 유엔의 법률 관련 업무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차 대사는 국감 말미에 다시 한번 주 유엔 대사로서의 정무감각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이 “‘남북 두 국가론’이 우리 헌법상 가능하냐”는 질의를 한 데 대해 “헌법상 북한은 우리 영토로 돼 있고, 그런 맥락에서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하자 여당이 발끈하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유엔 대사면 북한 대사와도 소통을 해야 할 텐데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소통이 되겠느냐”며 “유엔 대사로서 통일부와 교감을 하고 답변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차 대사는 사법시험 28회(사법연수원 18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사시·연수원 동기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2020년 공직선거법 위반 변호인단에 참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끌어내기도 해 보은성 낙하산 인사란 비판을 받아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