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학교 폭력 사건이 대규모 시위로 번지고 있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공안(경찰)의 미적지근한 대응에 시민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배우 송혜교 주연으로 학폭 문제를 다룬 드라마 ‘더글로리’가 실제로 중국에서 재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쓰촨성 장유시(江油市)에서 10대 청소년 3명이 학교 인근에서 또래 청소년에게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됐다. 일명 ‘장유사건’이다.
공개된 영상에는 가해자들이 피해자 여중생 라이(藾) 양(14)을 때리고, 무릎을 꿇게 하는 등 잔혹하게 폭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가해자는 13세, 14세, 15세의 여중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안은 가해자 중 2명을 청소년 교화를 담당하는 특수학교에 보냈다고 밝혔다. 가해 학생들은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에서는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공분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라이 양이 오랜 기간 괴롭힘을 당해왔고, 청각 장애인으로 알려진 라이 양의 어머니가 당국에 가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을 호소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분노는 더욱 커졌다.
온라인에는 피해 학생 라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바닥에 무릎 꿇고 엎드려 공정한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사진도 퍼졌다.
중국 쓰촨성에서 14세 여학생이 동급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현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가 폭행을 당하는 모습. 〈사진출처: 웨이보〉 2025.08.06/뉴시스영상에서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저항하자 “경찰서는 두렵지 않아”, “경찰서에 10번 넘게 가 봤지만 20분도 채 되지 않아 풀려났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가해 학생들의 대학 입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이 중국의 허술한 사법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중국 내의 고질적인 학폭 문제가 기름을 부었다. 2020년 산시성에서는 15살 학생이 학폭으로 사망했다. 지난해에도 한 학생이 급우 3명의 폭행에 숨졌다. 그의 시신은 집에서 불과 100m 떨어진 비닐하우스에서 발견됐다.
시민들의 분노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유튜브 채널 昨天갈무리
장유시의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공안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4일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 자정이 넘어서까지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장유시 정부 건물을 둘러싼 뒤 구호를 외쳤다.
이에 공안은 곤봉과 전기 충격기 등을 사용해 시민들을 진압했다. 영상에서는 등에 ‘SWAT’이라고 적힌 특수부대원들이 진압에 투입되는 장면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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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위 참가자는 “경찰이 곤봉을 사용해 군중을 진압했고 피비린내 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BBC에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경찰관들이 시위대를 길가로 끌고 다니며 곤봉으로 때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다른 시위자는 “사람들은 정의를 원했을 뿐”이라면서 “사람들은 처벌이 없는 것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영상은 게시 하루 만에 조회수 72만 회, 댓글 1만3000개를 돌파했다.
시위 영상에는 “라이의 엄마는 말을 할 수 없다. 우리가 대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딸이 괴롭힘을 당하자 시민들이 정의를 위해 들고 일어섰다”, “가해자들은 사과도 거부했다” 등의 중국어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중국 현지 누리꾼들은 공안 당국을 비판했으며 웨이보에선 관련 검색어들이 곧 검열돼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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