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스위니는 훌륭한 ‘청바지(jeans·청바지)’를 가졌다.”
미국의 백인 여배우 시드니 스위니(28)가 모델인 ‘아메리칸이글’의 청바지 광고가 백인 우월주의 및 우생학 논란에 휩싸였다. 청바지와 영어 발음이 비슷한 ‘유전자(genes)’를 의도적으로 강조해 금발, 푸른 눈 등 백인의 아름다움과 인종적 혈통을 강조한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국 백악관과 집권 공화당의 주요 인사가 공화당원인 스위니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가 미국 사회의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일종의 ‘문화 전쟁’으로도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3일과 4일 연속 스위니를 두둔했다.
다만, 마케팅 측면에서는 이번 논란이 아메리칸이글에게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준 것으로 보인다. 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아메리칸이글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3.65% 급등 마감했다. 2000년 이후 25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 트럼프 “스위니 힘내라”
지난 달부터 공개된 스위니의 광고 영상은 “때때로 청바지가 (입은 사람의) 머리카락 색, 눈동자 색, 성격까지 결정한다”는 내레이션을 담고 있다. 이어 스위니의 파란 눈을 부각한 후 “내 청바지는 파란색”이라고 끝난다. 또 다른 광고는 스위니가 벽에 쓰인 ‘유전자(genes)’에 줄을 긋고 ‘청바지(jeans)’라고 덧쓰는 장면이 있다.
샬리니 샨카르 노스웨스턴대 인류학 교수는 CNN에 “이 광고는 백인 민족주의적이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와 지지층을 의미)’ 친화적”이라고 진단했다. 마커스 콜린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AP통신에 “의도적이든 아니든 백인의 유전적 우월성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논란이 고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루스소셜에 “스위니가 가장 뜨거운 광고를 내놨고 청바지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시드니 힘내라(Go get em Sydney)”고 썼다. 특히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스위니를 비교하며 “‘루저’가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으로 보수 진영이 진보 세력을 비꼬아서 부르는 말)’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흑인과 동양인 등을 앞세운 영국 자동차기업 재규어의 광고를 두고 “정말 워크한 광고다. 바보같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에도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스위니가 지난해 6월 플로리다주에서 공화당원으로 등록했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그의 광고는 환상적”이라고 추켜세웠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들을 “나쁜 유전자들”이라고 비판했다.
● 밴스-헤그세스도 두둔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도 스위니 두둔에 나섰다. 미 국방부는 4일 헤그세스 장관이 청바지를 입고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사진을 올리며 ‘국방장관은 좋은 청바지를 가졌다’고 썼다. 스위니가 등장한 광고 문구를 그대로 차용했다. 밴스 부통령은 1일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 등장해 “(이 광고를 비판하는) 민주당원들은 스위니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나치’라고 말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크루즈 의원 또한 ‘X’에 “‘미친 좌파’는 아름다운 여자까지 반대한다”고 썼다. 아메리칸이글 측은 광고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정치적 의도는 없으며) 오직 청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1997년 워싱턴주 스포켄의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스위니는 케이블방송 HBO의 인기 드라마 ‘유포리아’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 ‘Z플립5’를 들고 아이브 장원영과 같이 셀카도 찍었다. 또 스위니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브랜드 홍보 모델로도 활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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