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종전협상 급물살]
트럼프, 푸틴과 종전 협상 착수 합의
2014년 강제 합병 크림반도 포함… 푸틴-젤렌스키 서로 “포기 못한다”
우크라 나토 가입 등 안보보장도 변수… EU “우리도 참여” 美-러 협상 견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시간 30분 동안 전화 통화를 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종전 협상은 미국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각각 대화를 나누고 양측을 조율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직접 대화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미국과의 협상에는 임하겠다는 입장이라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돼 3년간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발판은 일단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종전까지 가는 경로는 험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러시아가 전쟁 중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확정 문제가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킬지, 그게 안 된다면 미국 등 서방 진영이 어느 수준으로 안보 지원을 약속해 줄 수 있을지도 협상의 중대 변수다.
자료: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 러 점령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등 첨예한 이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한 뒤 오후에 기자들과 만나 “우린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각각 접촉하며 종전 협상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취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공언했고, 취임 뒤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종전을 압박해 왔다.
미-러 정상이 통화에서 협상팀을 구성해 즉각 만나기로 합의한 만큼, 외교·정보라인을 중심으로 고위급 대표단이 구성돼 협상의 기본 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협상이 잘 풀리면 일시적 휴전 조치까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 최대 난제가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부 지역과 2014년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등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포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헤그세스 국방 “영토 완전 회복 허황된 목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진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를 양보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답한 것.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등을 통제했던 2014년 이전 국경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가능성이 낮다. 일부만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을 2014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다. ‘허황된 목표(illusionary goal)’를 버리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양보해도 협상 진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점령지도 병합하겠다고 버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문제도 협상의 주요 쟁점이다. 이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이 힘들 경우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분명한 안보 보장을 받기를 원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과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6개국은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종전 협상이 진행될 것을 우려해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모든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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