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후 첫 쿼드 회의 성명에 ‘한반도 비핵화’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4일 03시 00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하루 뒤인 21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안보협의체)’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빠졌다. 지난해를 포함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쿼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꾸준히 들어갔던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열린 첫 쿼드 회의에서 이 표현이 사라지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북 정책의 초점을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및 동결’ 등에 맞추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쿼드 회의 후 미 국무부가 공개한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美-日 외교장관 발표문도 북핵 언급 없이 “북-러 동맹 우려”만


[트럼프 2기 시대]
비핵화 빠진 쿼드성명
“정치-안보 동맹 우려” 표현만 담겨
美, 비핵화 대신 ‘핵동결’ 초점 관측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고 “핵능력(nuclear power)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쿼드 공동성명에서도 북한 비핵화 문구가 빠지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론에 근거해 핵 군축 및 동결이 목표인 ‘스몰딜(small deal)’에 초점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쿼드 공동성명의 분량은 2개 단락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쿼드 외교장관 회의(24개 단락)보다 분량이 크게 줄어든 것. 또 지난해 성명은 한 단락을 북한 관련 내용으로 할애했다는 점에서도 이번과 다르다. 당시 성명에서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화상으로 열렸던 2021년 3월 쿼드 정상회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한다”며 ‘북한 비핵화’란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했다. 통상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보다 강경한 문구로 여겨진다. 북한에 완전히 핵을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다음 날 열린 이번 회의에서 ‘비핵화’ 문구가 빠지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류가 “북한 핵능력이 고도화된 만큼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같은 날 마코 루비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상이 회담을 가진 후 공개한 발표문에서도 “북한과 러시아의 정치·안보 동맹을 우려하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착만 우려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루비오 장관은 앞서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더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다.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북한 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후보자도 최근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이라고 지칭해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다르지만 사실상 핵무기 능력을 갖춘 국가로 봤다.

한편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지난해 대선 당시 각각 새로 채택한 정강 정책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목표를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 정계 전반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쿼드 공동성명#한반도 비핵화#트럼프 2기 행정부#스몰딜(small 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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