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행진곡 속에 ‘차르’의 5번째 대관식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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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크렘린궁서 5선 취임식
“서방과 대화 거부하지 않는다”
전날 서방 겨냥 전술핵 실험 명령
美 등 20여국 불참… 이도훈 참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5선 취임식 직후 기도회에서 감사의 기도 및 축복 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장기 집권 및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5선 취임식 직후 기도회에서 감사의 기도 및 축복 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장기 집권 및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2)이 7일 2030년까지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다섯 번째 대관식’을 치렀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총 30년 통치를 확정짓는 취임식 전날에 프랑스 등을 적으로 가정한 전술핵 실험도 명령하며 위세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의 크렘린궁 대궁전에서 다섯 번째 취임식을 열었다. 그는 차이콥스키의 행진곡이 울리는 가운데 금박 장식과 샹들리에로 빛나는 홀의 중앙에 깔린 레드카펫 위를 걸으며 당당히 입장했다. 또 붉은 헌법 사본에 오른손을 올린 채 취임 선서를 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가 발전의 안정적인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서방 국가와의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라며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서방 탓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행사에 각국 주요 인사 약 2600명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이도훈 주러 한국대사도 참석했다. 한국 교민 보호와 기업 활동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한-러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력 등 밀접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데 굳이 취임식에 대사까지 보냈어야 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주요국 공관장은 일제히 불참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EU) 소속 20개국이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으며 올 2월 옥중에서 숨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 도둑, 거짓말쟁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3월 15∼17일 치러진 대선에서 역대 최고 투표율(77.44%)과 최다 득표율(87.29%)로 5선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6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로이터통신은 취임식 전날인 6일 “러시아 국방부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술핵무기 배치 연습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과시키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파병설을 재차 언급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계속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대관식을 마친 러시아가 중국, 북한과 밀착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맞서는 신(新)냉전 구도가 한층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푸틴 대통령은 6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북한과의 군사협력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러시아#푸틴#다섯 번째 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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