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대신 내드립니다’… 日서 ‘퇴직대행 서비스’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7일 1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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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퇴사하는 일본 신입사원들이 늘고 있다.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돼 퇴사하면서 직접 회사에 직접 알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사표를 내는 방식이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이를 소재로 한 게시물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17일 NHK방송에 따르면 도쿄의 한 퇴직대행 서비스 업체에는 이달 1~15일 들어온 상담 678건 중 110건이 신입사원이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상당수 기업들이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4월 1일에 입사식을 갖고 회사에 첫 발을 내딛는다. 첫 월급을 받기도 전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사표조차 직접 내지 않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업체는 아르바이트생은 1만2000엔(약 10만7600원), 일반 직원은 2만2000엔(약 19만7000원)을 받고 퇴직대행 업무를 처리해 주고 있다.

실제로 한 회사에서는 입사 2주차 신입사원이 “오늘부로 그만두겠다”고 했다. 상사가 “오늘은 좀 그렇고, 한 번만 더 재고하라”고 요청하자 해당 직원은 “알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상사는 다음날 오전 퇴직대행 업체로부터 사직 통보 전화를 받았다.

퇴직대행 서비스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사표조차 제 손으로 못하는 사람이라면 없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반면 직장 내 갑질, 성희롱을 당한 직원들이 더 이상 상처를 피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퇴직대행 업체를 찾는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죄악시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퇴직대행 서비스의 성업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입사 전에 들었던 말과 실제로 경험한 회사 문화가 다르면 주저없이 사표를 던지고, 회사가 말리면 반박이나 마음을 고쳐먹는 대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일손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퇴직을 둘러싼 극단적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10일 구마모토의 한 음식점에서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직원에게 칼을 휘두른 가게 주인이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주인은 “(영업 악화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은데 아르바이트생까지 그만두겠다고 하니 분노가 폭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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