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서방제재받는 러시아가 중국에 손 내밀어"
러시아, 중앙아시아 철도 '첫삽'…중 사업 후방지원
중 외교부장도 화답…일대일로·EEU 계획 조정 논의
ⓒ뉴시스
중앙아시아 패권을 둘러싸고 동상이몽을 하던 중국과 러시아가 타협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돌연 반색을 보이는 분위기라고 7일 보도했다.
당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0여년간 중국발(發) ‘일대일로’ 출사표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표한 일대일로 구상을 두고 크렘린궁은 자신들의 ‘뒷마당’인 중앙아시아를 노리는 도전장으로 받아들였다.
경제 고삐를 쥐기 위해 푸틴 대통령은 2015년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출범해 옛 소련 국가인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과 함께 중앙아시아 울타리를 공고히 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두 국가는 극적 화해 모드로 태세를 바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등 국제 정세상 ‘외톨이’ 러시아가 먼저 손을 내민 모습이라고 SCMP는 풀이했다.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는 글로벌 스위프트 결제 시스템을 막아 자금을 동결하는 등 제재를 가해왔다.
또 러시아와 서유럽을 잇는 가스관인 ‘노드 스트림1’이 끊겨 에너지 거래가 불가능해지자 크렘린궁의 재정 곳간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자구책을 살피던 크렘린궁은 모든 EEU 회원국이 가입한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자국 지역 통합 프로젝트 사이의 연결고리를 모색했다. 가령 러시아는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철도’를 짓는 ‘첫삽’을 쥐여줬다.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철도 사업에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뒷배’를 맡았다.
윤순 미국 연구기관 스팀슨센터 중국 담당 이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러시아는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없다”며 “(중국을 통해) 경제 협력을 촉진하려는 열망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중국도 일단은 화답하는 분위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양국 간 협력을 다자간 협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유라시아 통합’을 희망한다”며 “일대일로 계획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준 아흐메드 칸 중국 및 세계화 센터 연구원은 “러시아는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 및 글로벌사우스(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다른 유라시아 국가들과 연결하는 수송 통로 개발, 에너지 파이프라인 건설, 디지털 인프라 및 무역 촉진 메커니즘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포함될 수 있다”며 “중국 계획인 북극 실크로드를 되살려 북해 항로에 대한 러시아의 계획과 겹치며 중국에 수에즈 운하에 대한 더 빠른 대체 무역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5월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일대일로·EEU를 조정하는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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