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아트의 선구자’ 슈리 칭 “AI는 도구일 뿐…아이디어는 작가의 몫”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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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넷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슈리칭 작가(70)가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LG 제공
“어떤 새로운 기술에도 위축될 필요가 없습니다. 기술과 관객에 도전하는 거죠.”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만난 대만 출신 미국 작가 슈리 칭(鄭淑麗·70·사진)은 최근 인공지능(AI) 알고리즘부터 AI 훈련에 쓰이는 데이터까지 샅샅이 배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0년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각광받은 ‘넷아트(Net Art·인터넷을 활용한 현대미술 장르)’의 선구자로 불리는 칭은 “블록체인, 바이오테크에 이어 새로운 기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 여전히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칭은 전날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이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예술활동을 펼치는 작가에게 수여하는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다. 올해 2회를 맞은 LG구겐하임 어워드의 두 번째 수상자다. 그는 상금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와 트로피를 받았다.

그는1979년 뉴욕대에서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 사는 아시아 여성으로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1980년대 비디오나 TV는 비쌌을 뿐 아니라 백인 남성의 전유물 같았다”며 그 기술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 등 ‘반항아’ 예술가들은 맨해튼 남부 이스트빌리지에 대부분 거주했다. 칭은 “TV를 이용한, 엉뚱한 듯 했던 백남준의 예술이 세계적 아트가 되기까지 그러했듯 기술을 이용한 예술 또한 받아들여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그 기간을 마치 오래 끓여야 하는 동양 음식처럼 인내심과 열정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랜든’(1998)부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트랜스젠더 소년 브랜든 티나가 성폭행 뒤 살해당한 사건을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당시 구겐하임미술관은 이를 소장하며 미술관 최초로 넷아트 형태의 작품을 소장한 역사를 갖게 됐다.

최근 AI가 생성한 작품을 예술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원조’ 신기술 기반 예술가로서 그는 “AI는 인간의 역사를 바탕으로 지식을 습득한 도구일 뿐”이라며 “프롬프트에 명령어를 쓰고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은 작가의 몫이므로 그 역시 예술”이라고 평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슈리 칭#넷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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