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 지나쳐” “파괴적인 투자자”…행동주의 펀드와 경영권 분쟁에 갈라진 디즈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4일 2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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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 속 레게머리를 한 ‘흑인 인어공주’의 모습. 사진 출처 디즈니코리아 페이스북
“흑인으로 채운 영화 캐스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넬슨 펠츠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

미디어제국 월트 디즈니 컴퍼니와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투자’로 이름을 떨친 펠츠 최고경영자(CEO)의 2차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 이사회에 자리를 요구했다가 철회했던 펠츠는 다음달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싸움을 예고하는 선전포고에 나섰다.

펠츠 CEO는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영화나 쇼를 즐기려고 보러 가는 것”이라며 “메시지를 얻으려고 가는 게 아니다”며 현 디즈니 경영진을 직격했다. 특히 주요 출연진이 여성과 흑인인 마블 영화 ‘더 마블스’(2023년)와 ‘블랙 팬서’ 시리즈를 지목하며 “내가 여성에 특별한 반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왜 관객들이 여성만 출연하는 마블 시리즈를 봐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펠츠 CEO가 이 작품들을 거론한 건 최근 디즈니를 두고 일각에서 공격하는 ‘워크(woke·깨어 있음)’ 이슈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워크는 인종·성별 등 사회적 차별에 깨어 있다는 뜻이지만, 최근 ‘한 쪽으로 치우친 진보’를 비꼬는 표현으로 쓰인다.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 논란으로, 디즈니는 지난해 흑인 여배우 할 베일리를 ‘인어공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등 관련 논란의 타깃이 돼 왔다.

펠츠 측은 1월에도 디즈니의 사업 효율화 등을 명목으로 새 이사회가 필요하다며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예고했다. 다수의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이사회에 진출하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기준 디즈니 주식을 약 1.8%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펠츠 CEO의 공세를 막아냈던 디즈니는 이번에도 맞불 작전을 놓고 있다. 디즈니는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펠츠는 디즈니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허영심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최근엔 ‘스타워즈’ ‘인디애나존스’로 유명한 조지 루커스 감독 겸 제작자와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이 디즈니 지지를 선언하며 강력한 우군도 확보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글래스루이스(GL)의 지지도 확보했다.

하지만 주주총회 결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또 다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2
1일 펠츠 CEO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은 주로 의결권 자문사의 추천에 따라 투표한다”며 “디즈니의 경영권 방어는 쉽게 낙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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