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척 엎드려있어” “피투성이” 생존자들이 전한 증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4일 15시 36분


코멘트

최소 133명 사망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테러 현장 모습. 뉴시스
테러 현장 모습. 뉴시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22일(이하 현지시간) 테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당일 7000명에 달하는 인파가 러시아 록밴드 피크닉의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고, 테러범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 뒤 불까지 질렀다. 당시 관객들은 총소리가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리나(27)는 23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밖에서 ‘탕’ ‘탕’ 거리는 큰 소리가 났는데, 우리는 콘서트의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들이 소총을 들고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며 “일행들 모두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아리나의 옆에는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또 한 여성이 다른 남성과 대화를 시도하다가 총에 맞는 것을 목격했다고도 전했다.

이번 테러로 얼굴과 팔 등을 다친 10대 소녀는 러시아 국영 통신사 RT에 “테러범들 중 한 명이 사람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며 “나는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엎드려 죽을 척을 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옆에 엎드려 있던 소녀가 죽는 것을 봤다고 했다. 또다른 목격자인 알렉산더는 “(테러범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앞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다”며 “밖으로 도망치면서 수없이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를 지나쳤다”고 했다.

러시아 사건조사위원회는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33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들 중에는 중증 환자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 바자(Baza) 텔레그램 채널에 따르면 공연장의 한 화장실에서 28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생존자들은 총격과 화재 등을 피해 많은 이들이 화장실에 모여 창문을 부순 뒤 탈출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또 시신 14구는 비상 계단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 사건의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사건 직후 이슬람국가(IS)는 현장 바디캠 등을 공개하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미국도 테러의 책임이 전적으로 IS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도망치려 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와의 연계를 주장하고 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