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파’ 밀레이, 취임초 ‘합리적 보수’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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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폐쇄 등 공약으로 당선
1기 내각, 급진 예상 깨고 온건파로
여소야대 현실적 상황 감안한듯

중앙은행 폐쇄, 미국 달러화 도입, 정부 지출 40% 삭감 같은 급진 우파 자유주의 공약을 내세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54·사진)이 10일 취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미친놈’ 소리를 들어가며 나라를 180도 바꿀 듯한 정책을 앞세워 지난달 20일 당선됐지만 이후 행보는 ‘합리적 보수’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밀레이 대통령은 작은 정부를 넘어 ‘최소 정부’를 지향한 그답게 18개 정부 부처를 9개로 줄였다. 사회개발부, 노동사회보장부, 공공사업부, 환경부 등 과거 페론주의 정권에서 힘이 실리던 부처는 사라지고 그 기능은 대통령비서실이나 다른 부로 이관됐다.

다만 밀레이 대통령은 첫 내각 경제 관련 장관을 중도 우파 진영에서 주로 등용했다. 대표적으로 루이스 카푸토 신임 경제장관, 산티아고 바우실리 중앙은행 총재 내정자가 꼽힌다. 이들은 대선 결선투표에서 밀레이 지지를 선언한 우파 성향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 측 인사로 모두 페소화 폐지, 달러화 도입에 비판적이다. 페소화를 폐지하는 대신 달러화를 법정 통화로 쓰자는 아이디어를 내 중앙은행 총재로 유력했던 에밀리오 오캄포 거시경제연구센터(CEMA) 교수는 기용되지 않았다. 후보 시절 경제 고문 일부도 자유전진당을 떠났다.

현지 매체 클라린 등은 여소야대 의회에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면 다른 정파를 포용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인선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치안장관에도 우파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불리치 전 장관이 내정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밀레이는 말투도 이성적으로 바꿨다”며 “20여 년간 아르헨티나를 지배한 좌파 페론주의에서 자유주의로 전환하는 일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하비에르 밀레이#아르헨티나#합리적 보수#여소야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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