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전쟁 계엄 풀면 반격 약화”
‘우크라 지원’ 서방은 “선거 치러야”
‘지지율 80%’ 푸틴, 전시 대선 반겨
당선되면 2030년까지 장기집권
지난해 2월부터 20개월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나란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뒀지만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은 민주주의의 상징임에도 “민주국가를 지켜달라”고 세계에 호소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45)은 ‘전시 대선 불가’ 방침을 공식화했다. 선거를 치르려면 계엄령 해제 등이 필요한데 이것이 러시아에 대한 반격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반대파와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는 권위주의 통치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1)은 오히려 대선을 반기고 있다. ‘외부의 적’으로 시선을 돌려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만큼 서둘러 대선을 치러 종신 집권의 길을 공고히 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 젤렌스키 “선거할 때 아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6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연설을 통해 “나는 지금 선거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시 상황인 지금 경솔하게 선거 의제를 다루는 것이 무책임하다며 “모두가 국방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기관이 다른 어떤 일에 에너지나 힘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3월 31일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됐고 같은 해 5월 취임했다. 헌법상 대선일은 현 대통령의 임기 5년 차 3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즉, 이에 해당하는 내년 3월 31일에는 대선을 치러야 하지만 미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후 계엄령을 발동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실시하려면 총선 때는 일시적 계엄령 해제가, 대선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러시아가 허위정보, 해킹 등으로 여론 조작에 나서 우크라이나 사회 내부에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곳곳의 투표소를 노릴 경우 민간인이 희생될 우려도 있다. 최전선에 배치된 군인 수만 명은 투표를 하기 쉽지 않고, 개전 후 적지 않은 국민이 유럽연합(EU) 등 세계 곳곳으로 피란을 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돈과 무기를 지원해 온 미국 등 서방은 선거를 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 절차를 지키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치 능력을 입증해야 독재자 이미지가 강한 푸틴 대통령과의 명분 싸움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논리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우크라이나에 회원국 가입 조건으로 ‘민주주의 관련 개혁’을 요구했다.
● 푸틴, 2030년까지 집권 노릴 듯
푸틴 러시아 대통령같은 날 로이터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24일로 예정된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내년 대선에 출마하면 5번째 도전이 된다. 이미 푸틴의 최측근들이 선거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 또한 잇따른다.
푸틴 대통령에게 선거는 요식 행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가 러시아 사회 전반을 철저하게 장악하고 있는 데다 그에게 맞설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그의 지지율이 80%에 육박해 내년 대선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에서 높은 지지율로 재집권에 성공하면 77세가 되는 2030년까지 6년을 더 권좌에서 보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 장기화, 장기 집권, 반대파 탄압 등에 대한 국내외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자신의 입지와 영향력 또한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정보당국은 그가 종신 집권의 길을 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처음 권좌에 올랐다.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에게 2008∼2012년 대통령직을 넘기고 총리로 물러났으나 2012년 복귀 후 집권을 이어 오고 있다. 그는 1922∼1952년 집권한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두 번째로 러시아를 오래 통치한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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