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자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국교 수립을 추진해 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관련 논의를 중단했다고 14일(현지시간) AFP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날 AFP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측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미국 관리들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도착해 외무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에 앞서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당분간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미국 측 대표단에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수니파 종주국으로 이슬람 최대 성지 메카가 있는 사우디는 그간 이스라엘 대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 왔다. 중동 내 대표적인 친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 미국의 중재로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모로코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사우디에 안보조약 체결을 전제로 이스라엘과의 국교 수립을 회유해 왔으며 사우디도 최근 이러한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스라엘과 매일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철책을 뚫고 이스라엘에 침입해 민간인을 학살·납치하고 수도 텔아비브 등지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자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얼어붙게 됐다.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에 나서며 가자지구 사상자가 늘어나자 결국 이슬람 형제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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