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앞으로 다가온 2024년 美 대선…미리보는 관전 포인트 3가지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30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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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력 및 강약점, 지지율 비교. 동아일보 DB

2024년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1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를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모두가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1년 6개월 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불과 24만7077표(0.73%포인트) 차이로 신승을 거뒀던 박빙 승부가 미국 대선에서도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 미 대선에서 맞붙게 될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이들이 직면하게 될 과제와 주요 변수를 미국 기자들과 미 싱크탱크 관계자, 정치학 교수 등의 분석을 토대로 정리해봤다.

①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구성의 변화
미 대선이 우리나라 대선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에 의해 치러지는 간선제와 직선제가 혼합된 방식이라는 것이다. 전체 득표수가 많더라도 50개 개별 주(州)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6415만 표를 얻어 트럼프(6223만 표)보다 약 192만 표를 더 얻었지만 23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데 그쳐 290명을 얻은 트럼프가 최종 승자가 됐다. 앞서 2000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엘 고어 후보도 전체 득표수에선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전국적으로 약 54만 표 앞섰지만 결국 선거인단 5명(266대 271)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미 대선의 최종 성패를 가르는 선거인단은 주별 인구비례에 맞춰 배분된다. 지난 2020년 대선 기준 538명의 선거인단은 50개 주마다 2명씩인 상원의원(100명)과 하원의원(435명) 숫자를 더한 뒤 워싱턴DC 선거인단 3명을 더해 구성됐다.

미 조지워싱턴대 토드 L 벨트 정치경영대학원장(가운데)이 내년 미 대선 선거인단 구성 변화와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미 동서센터 제공

문제는 내년 대선에선 미 인구수에 맞춰 분포된 주별 선거인단 수가 바뀐다는 점이다. 10년마다 집계하는 인구통계에 따라 텍사스 등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는 주 인구는 늘었지만 북동부 미시간 오하이오 뉴욕주 등은 인구가 줄었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이자 50개 주 중에서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걸려있는 캘리포니아(54명) 역시 인구가 줄어들어 선거인단 숫자도 줄게 됐다.

내년 미 대선 선거인단 숫자 변화는 아래와 같다.

선거인단 변화
해당 주(괄호는 바뀐 선거인단 수)
2명 증가
텍사스(40)
1명 증가
콜로라도(10), 플로리다(30), 몬태나(10), 노스캐롤라이나(16), 오리건(8)
1명 감소
캘리포니아(54), 일리노이(19), 미시간(15), 뉴욕(28), 오하이오(17),
펜실베이니아(19), 웨스트버지니아(4)

이같은 선거인단 구성의 변화가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 동서센터 주최로 최근 미 워싱턴을 방문해 만난 미 조지워싱턴대 토드 L 벨트 정치경영대학원장(Director of Graduate School of Political Management)은 “내년 대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선거인단이 1명 늘어난 노스캐롤라이나”라며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지역인 텍사스가 2명 늘고, 민주당 강세지역인 캘리포니아나 뉴욕이 1명씩 줄어든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② 줄어든 ‘스윙 스테이트’
또 다른 변수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숫자가 2020년 대선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미 현지에선 과거 미 대선의 향방을 좌지우지했던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숫자는 2020년 대선에 비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스티브 허먼 미국의소리(VOA) 선임기자는 필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미국 내에선 내년 대선 결과에 애리조나, 네바다, 위스콘신, 펜실이베니아 등 4개 주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90% 이상의 에너지와 인력을 이곳 4개 주에 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티브 허먼 미국의소리(VOA) 선임기자(가운데)가 최근 미 워싱턴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내년 미 대선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미 동서센터 제공

최근 버지니아주립대 정치센터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와 조지아를 경합주로 예측했다. CNN 역시 “경합주가 아무리 많아도 7, 8곳을 넘지 않을 것”이라며 “4곳 이하로 역대 최저일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처럼 스윙 스테이트가 줄어든 현상은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할까. 스티브 허먼 기자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제3의 후보가 스윙 스테이트에서 대선 결과를 좌지우지할만한 득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전체 선거인단 분포 등을 기준으로 추측해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인기 투표가 아니라 선거인단 투표라는 점에 비춰볼 때 당장 내일 대선이 치러진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③ 정치적 양극화, 바이든과 트럼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양쪽 극단에 있는 유권자층이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전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극성 트럼프 지지자의 경우 진보, 보수, 중도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유권자층에 ‘트럼프 지지층’이라는 새로운 유권자층이 생겨났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라 이들의 결집력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권자들이 정당이 아닌 후보 개인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내년 미 대선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벨트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다른 차원의 논의는 원래 어느 정당을 선호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당을 더 싫어하느냐는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샤이 트럼프’라고 불렸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이 전통적인 여론조사에서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것처럼 내년 대선에선 ‘안티 트럼프’라고 부를 수 있는 반(反)트럼프 유권자층의 규모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 이슈에 발목이 잡혀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력이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이드리엔 포크트 CNN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은 바이든의 재선 도전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건강 문제를 노출할 경우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4차례나 형사 기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선 결과를 예측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허먼 선임기자는 “투표는 마지막 순간에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여론조사에서 모두가 진실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에 질려서 아예 투표를 안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실제 투표를 하는 사람이 누구일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미 대선 결과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할 새 주인은 누가 될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 성공할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될지, 아니면 제3의 후보가 깜짝 승리를 거머쥘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워싱턴=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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