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첩보전 격화… 도감청 우려한 시진핑, 휴대폰도 사용 제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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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라 할 정보 및 방첩 전쟁 또한 격화하고 있다. 기존 도·감청에 더해 인공지능(AI) 기술, 해킹, 소셜미디어 등 최신 기술을 총동원하고 상대국 국민까지 적극적으로 포섭하면서 두 나라의 첩보 전선이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 경쟁 당시보다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동태 및 의중 파악,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 실태를 집중적으로 염탐하고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진단했다. 이에 시 주석이 도·감청을 피하려고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에 대해서는 미국은 ‘시 주석이 정말 대만을 침공할 의향이 있는지’, 중국은 ‘미국이 진짜 대만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고 분석했다.

● 美, ‘反시진핑 中엘리트’ 활용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대(對)중국 휴민트(HUMINT·인적정보망)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2021년 취임 직후 중국을 “핵심 경쟁자”라고 했고 대중 첩보 수집이 목적인 신규 부서 ‘중국미션센터’도 만들었다. 기존에는 동아시아태평양센터에서 중국 첩보를 수집했으나 중국만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꾸린 것이다. 또 CIA 내 중국 전문가 채용을 늘리고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했다.

앞서 CIA의 대중국 휴민트는 2010~2012년 중국에 발각돼 와해됐다. 번스 국장은 올 7월 중국 관련 휴민트 역량 재건에 “성과가 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CIA가 새로 구성한 휴민트에는 중국공산당 관계자 등 고위 엘리트가 상당수 포함됐다. 반대파를 철저히 탄압하는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행태가 미국의 정보원 포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 주석을 포함해 공산혁명 원로의 후손을 뜻하는 정치 파벌 ‘태자당’ 관계자들조차 사석에서는 시 주석에 반감을 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올 2월 중국 정찰풍선의 미 영공 침범 사태 당시 시 주석이 군 수뇌부로부터 관련 사실을 미리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을 파악했다. 시 주석은 이후 고위 장성 등에 거센 불만을 표하며 이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 주석은 정찰풍선 사태로 중국 방문을 앞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취소될 것을 염려했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방중을 전격 취소했고 넉달 후 중국을 찾았다.

● 中, AI로 美스파이 감지
이런 미국에 맞서 중국은 AI , 소셜미디어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직 미 정보요원은 NYT에 “중국이 미국 첩보원의 얼굴과 걸음걸이를 감지하는 AI 체계를 보유했다”며 해당 첩보원이 변장을 해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중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사전 준비에 불과 몇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 최소 며칠이 걸린다고 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링크드인 등 서구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미 정부기관, IT 기업, 방산업체 등에서 정보원을 모집하려는 시도도 벌이고 있다. 미 고위 관계자, 군인, 민간인에 대한 포섭 시도 또한 치열하다. 최근 미 법무부는 중국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CIA 수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 전 국장을 2016년 미 대선 당시 포섭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 정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가 집권하면 울시 전 국장이 미 정보당국의 수장으로 재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기 충격을 줬다.

중국은 자국 민간인 및 외교관을 동원해 미 주요 군사기지를 ‘도촬’(도둑 촬영)하고 전자기파 수치도 측정했다. 올 8월에는 미 해군 기밀을 중국에 넘긴 혐의로 미 해군 병사 2명이 기소됐다. 미 정부 관계자는 “최근 1년간 파악한 중국의 첩보 활동만 십여 건에 이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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