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좌파 정권, 10월 대선 앞두고 ‘현금 살포 포퓰리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8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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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대선을 약 두 달 앞두고 아르헨티나 집권 좌파 정권이 또다시 현금 남발성 복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13일 대선 예비선거에서 극우 성향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가 깜짝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현 정부가 우파로 기운 민심을 잡기 위해 살인적인 물가 상승 등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를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은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예비선거 후 첫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향후 3개월 동안 약 750만 명의 퇴직자에게 월 3만7000 페소(14만 원)를 지급한다. 또 자영업자에게는 6개월 간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자녀 수에 따라 가구 당 식품 지원 비용을 늘린다. 특히 민간 기업의 경우 월 40만 페소(151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에게 2개월 간 6만 페소(23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 보너스 정책은 550만 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 장관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국가가 보조금 100%를, 중소기업은 50%를 부담한다”며 “모든 경제 부문이 어느 정도 국가 지원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야권 대선 후보들은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밀레이 후보는 “항상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며 “그것은(포퓰리즘 정책) 항상 실패했고 또 실패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우파 성향의 패트리샤 불리치 전 안전장관은 “마사 장관은 국민이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노골적인 ‘키르치네르주의(페로니즘에서 파생된 좌파 이념)’ 포퓰리즘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웃나라인 우루과이 이민청 등에 따르면 우루과이 국민 11만8000여명은 독립기념일(25일) 연휴였던 23~26일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쇼핑을 즐겼다. 이는 우루과이 인구(350만명)의 약 3.4%에 달한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110%에 달하는 아르헨티나에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를 보유한 외국인들이 쇼핑 행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에 따르면 우루과이 항구도시 콜로니아와 몬테비데오에서 출발하는 아르헨티나 배편은 오래 전 매진됐고 25일 당일에는 국경을 지나려는 차량들이 긴 행렬을 이뤄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우루과이 쇼핑을 인증하는 SNS 게시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우루과이의 한 부부는 SNS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부촌인 푸에르토 마데로의 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디저트 등 코스요리를 단 22달러에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한 청년은 “우루과이에서 1개 살 돈으로 질 좋은 청바지를 아르헨티나에서 4, 5개 살 수 있다”며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통일돼야 한다”고 했다. 우루과이 가톨릭대 경제관측소에 따르면 국경 도시인 아르헨티나 콩코르디아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우루과이 살토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60% 이상(5월 기준) 저렴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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