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미중갈등 속 中과 밀착…마크롱, 남태평양선 中 견제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30일 19시 08분


코멘트

허리펑-르메르, 29일 베이징서 회동…마크롱은 中, 리창은 佛 방문해 경제 협력 논의
마크롱, 바누아투서 “신(新)제국주의 경계하라, 프랑스가 대안” 주장

마크롱 대통령. 뉴시스
마크롱 대통령. 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와중에 프랑스와 중국이 밀착하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미국 등 서방 주요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은 프랑스라는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고, 프랑스 또한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따른 이득을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올 들어 양국 수뇌부가 중국 베이징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협력 강화를 논의한 가운데 29일에는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베이징에서 만났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모두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하는 남태평양을 찾아 “신(新)제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중국과도 일정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두 강대국이 남태평양 섬나라 주권을 위협하는 만큼 이 지역에 자치령이 여럿 있는 프랑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中-佛 고위 관계자 잇단 회동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허 부총리는 29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제9차 중국·프랑스 경제·금융 대화에서 르메르 장관에게 “프랑스가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우호 협력 분위기를 안정시켜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르메르 장관 또한 “양국이 경제, 금융 협력 강화를 고민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화답했다.

회담 후 프랑스 측은 항공우주, 화장품, 식음료, 금융 분야 등 양국 협력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또한 서방이 중국공산당과 연루돼 있다고 비판하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5세대(5G) 면허를 연장해 준 프랑스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양국 고위 관계자들은 올 들어 수 차례 회동했다. 4월 초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두 차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시 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을 베이징 밖에서 만난 것은 이례적이어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예우 수준을 보여줬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중국 측 입맛에 맞는 발언을 했다. 이에 답례하듯 중국 항공사 또한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 구매 계약이란 ‘통 큰 선물’을 프랑스 측에 안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폐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도 “나토의 일본 도쿄사무소 개설을 반대한다. 인도태평양은 (나토 관할 지역인) 북대서양이 아니다”라고 했다. 러시아 못지않게 중국을 견제하는 나토의 최신 행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원자력 항공 인공지능(AI) 분야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 마크롱, 남태평양 찾아 中 견제도
마크롱 대통령은 25~29일 프랑스 현직 대통령 최초로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등 남태평양 섬나라를 방문했다. 그는 이곳에서 중국이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남태평양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7일 바누아투에서 “인도태평양에 신제국주의가 나타나고 있다. 강대국의 약탈, 외국 선박의 불법 조업, 불평등한 조건이 딸린 차관 등으로 몇몇 인도태평양 국가 주권과 독립이 흔들리고 있다”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이어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와 일할 준비가 된 모든 국가의 독립과 주권을 수호하는 것”이라며 중국, 미국과는 다르다고 차별점을 부각했다.

프랑스는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폴리네시아 등을 자치령으로 두고 있다. 최근 중국이 이 지역에 인프라를 깔아 주고 차관을 빌려주는 대신 군사기지 건설 및 광물 자원 개발 허용 등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자 마크롱 대통령이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뉴칼레도니아 수도 누메아에 중국 자본을 들인 부두를 건설하고 있다. 뉴칼레도니아 니켈 광산도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솔로몬제도에도 중국 군사기지가 들어설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