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은 중국의 일득구실”…中교수 발언, 중국 모독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5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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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대학 교수가 수업 중에 “중국은 6·25전쟁에서 하나를 얻고 아홉 개를 잃었다(一得九失·일득구실)”고 강의했다는 내용이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서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해당 교수가 중국을 모독했다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중국에서 사회 통제가 극도로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펑황왕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22일 중국 간쑤성 란저우대학에서 한 교수가 6·25 전쟁을 평가하면서 “중국의 ‘일득구실’”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확산하고 있다.

일득구실은 1개를 얻고 9개를 잃었다는 뜻으로 중국이 전쟁에서 패하지 않았다는 것이 유일하게 얻은 것이다. 반면 6·25 전쟁으로 중국이 손해 본 9개는 △수십만 명 군인 사망 △미국과 결별 △서방과 결별 △소련에 의존 △남북한 모두로부터 중국 적대시 △북한에 대한 통제력 상실 △북한의 핵위협 직면 △대기근 △문화대혁명 유발 등이다.

이 내용이 확산하면서 해당 교수와 대학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자 란저우대는 23일 “조사 결과 해당 교수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 전쟁을 설명하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일득구실’을 비판했다”면서 “해당 교수가 ‘일득구실’을 주장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단순한 해프닝일 수 있는 이 사안을 놓고 해당 대학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중국 사회 전반에 걸쳐 사상 통제, 사회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흐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당국은 외국 기업을 불시에 습격해 간첩 혐의로 직원들을 체포하거나 미국 시민권자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등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6·25 전쟁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은 6·25전쟁에 대해 북한의 남침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서 남북 간에 발생한 내전으로 규정하고 미군이 38도선을 넘어 북진한 것에 대해 중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또 6·25전쟁을 ‘항미원조 전쟁’으로 표현하며 중국군이 미군에 맞서 승리했다고 주장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국 의회 연설에서 1950년 겨울 미 해병 1사단이 중공군 7개 사단의 포위망을 뚫고 철수한 개마고원 부근 장진호 전투를 기적이라고 표현하자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곧바로 반박하며 “장진호 전투는 미군 연대 전체를 섬멸한 중국의 위대한 승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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