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방송 개입’ 의혹 문서 폭로 논란… 담당 장관 “날조” 극구 부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8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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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 ‘방송 개입 시도’ 의혹 문서가 폭로돼 당시 담당 장관이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상이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8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2014년에 방송 주무 부처인 총무성과 총리관저가 협의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84쪽 분량의 문서에는 ‘방송국 프로그램 전체를 보고 판단한다’라는 일본 방송법의 정치적 공정성에 대한 정부 해석에 ‘개별 프로그램을 보고 판단한다’라는 해석이 추가된 경위가 담겨 있다.

공개된 문서에는 “현재 프로그램에는 이상한 것이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아베 전 총리의 발언, ‘TV아사히에 공정한 프로그램이 있나’ ‘총무상은 준비해 줬다고 관저에 전해달라’ 등 방송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내부 대회가 담겼다. 아사히신문은 “정부 여당에 비판적 보도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지금까지 퍼졌다”라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장관은 “날조”라며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총무성이 7일 내부 행정 문서가 맞다고 인정하고 전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경위에 대해 총무성이 국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감싸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야당은 앞서 다카이치 장관이 “사실이라면 사임하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다카이치 장관은 아베 전 총리와 가까웠던 인물로 2021년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기시다 총리와 붙었다. 당시 그는 “총재에 선출되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싶다”라고 했고, 한국 등의 반발에 대해 “중간에 참배를 어정쩡하게 그만두면 상대가 기어오를 것”이라며 망언을 해 논란이 됐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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