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서 만드는 韓반도체 수준 제한”… 장비통제 이어 생산 규제

  • 동아일보

美 상무부 차관 한미포럼서 밝혀
장비 수출제한 1년 유예와는 별도
실행땐 中의존도 높은 삼성-SK 타격
230단 낸드 등 첨단경쟁 차질 우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 시간)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대해 “생산하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이 1년간 유예를 받았기는 하나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제한 조치에 이어 생산 제한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장비 수출 제한 유예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생산 제한 발언까지 전해지면서 주력 제품의 중국 생산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 “한국 반도체 中생산 한도 둘 것”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이날 한국국제교류재단(KF)·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한미경제안보포럼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1년간의 장비 수출 제한 유예 연장 가능성에 대해 “한국 기업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 통제 정책을 총괄하는 에스테베스 차관은 “지금 기업들이 어떤 ‘단(階)’의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면 그 범위 어딘가에서 멈추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일정 기술 수준 이상의 첨단 제품은 생산할 수 없도록 규제를 두겠다는 취지다. 다만 에스테베스 차관은 “중국이 우리를 위협하는 역량을 구축하는 일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동맹 기업들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한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14nm(나노미터·1nm는 1억분의 1m) 이하 시스템 반도체,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 및 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는 1년 동안 장비 수입을 포괄적으로 허용해 왔다. 이 유예 조치는 10월에 종료되며, 이와 별도로 생산 규제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조만간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기업 보조금과 이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발표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28일부터 보조금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390억 달러(약 50조 원), 연구개발(R&D) 분야에 132억 달러(약 17조 원) 지원이 본격화된다.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中생산 규제 더해지면 韓기업 타격

에스테베스 차관 발언에 대해 삼성전자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우리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국제 규범을 준수해 중국 내 생산시설을 차질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생산 제한이 실행된다면 그 수준과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8나노 이하 D램 반도체를 중국 시안에서 생산하고 있다. 또한 두 회사 모두 현지에서 128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 중이다.

추후 공장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 구축하는 활동은 물론 제품 생산까지 제한하는 규제가 더해진다면 반도체 생산과 수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선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금방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는 128단이 시장의 주력 낸드플래시지만, 향후 230단 제품이 주력이 될 경우 우리 기업들은 ‘128단’의 한계에 묶여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에스테베스 차관의 발언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닌 만큼 실제 적용 여부는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은 16일 이른바 ‘칩4’로 불리는 ‘4자 간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작업반’ 본회의를 화상으로 1시간여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공급망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나 반도체법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중국#반도체#생산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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