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태국 동굴에서 조난을 당했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던 유소년 축구선수가 영국에서 유학 도중 갑작스럽게 사망했다고 BBC 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뚜앙페치 쁘롬텝(17)은 지난 12일 영국 레스터 소재 브룩하우스 칼리지 축구 아카데미 기숙사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레스터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태국 매체 등은 쁘롬텝이 축구경기를 하던 도중 넘어져 머리를 다친 상태였다고 전했다.
쁘롬텝의 사망 소식은 그의 할머니가 평소 찾던 고향 치앙라이의 왓도이와오 사원에 손자의 죽음을 알리면서 공개됐다. 쁘롬텝의 전 스승이자 승려인 수팟퐁 메티고는 소셜미디어에 게시글을 올려 “그간 쌓은 은덕이 다음 생에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쁘롬텝은 태국 치앙라이주 유소년 축구클럽 ‘무빠’에서 주장으로 뛰다 지난해 8월 브룩하우스 칼리지 축구 아카데미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앞서 2018년 6월 매사이 지구 내 탐루앙 동굴에서 동료들과 조난을 당했다가 17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돼 유명세를 탔다.
탐루앙 동굴은 태국에서 가장 긴 동굴로 인기 관광지 중 하나지만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한 것으로 유명하다. 쁘롬텝과 동료들은 급격히 불어난 물을 피해 동굴 5㎞ 안까지 들어갔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고립됐다.
당시 수색 작업에는 900여명의 경찰병력과 헬리콥터 10대, 구급차 7대가 동원됐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군인을 비롯해 영국 호주 독일 등 전 세계에서 온 구조 대원들도 투입됐다. 다국적 구조대는 실종 열흘 만에 이들의 위치를 확인했고 코치 1명과 유소년 축구선수 12명 전원이 큰 부상 없이 동굴 밖으로 구조됐다.
조난 당시 13살 안팎에 불과한 어린 선수들은 탈출하기 위해 바위에 구멍을 냈고 코치는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명상을 시켰다. 잠수부들은 이들이 구조될 때까지 물과 식량, 가족들의 편지를 보내줬다. 이러한 구조 과정은 태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고 지난해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서틴 라이브스’로 제작되기도 했다.
쁘롬텝의 안타까운 죽음에 스승과 동료들은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유소년 축구클럽에서 함께 뛰었던 쁘라차크 수탐은 소셜미디어에 “쁘롬텝이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어 왔다”며 “사랑하는 내 친구 잘 자라. 우리 13명은 항상 함께한다”고 적었다.
이언 스미스 브룩하우스 칼리지 축구 아카데미 교장은 “슬픔에 빠져 마음이 흔들린다”며 “우리는 쁘롬텝의 가족과 친구뿐만 아니라 태국인들과 함께 추모한다”고 말했다. 마크 구딩 태국 주재 영국 대사도 “그의 친구와 유가족에게 애도를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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