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크라 젤렌스카 여사 인터뷰 전문… “우크라만의 전쟁이라 여겨질까 가장 두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4일 2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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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아시아 언론 최초 동아일보-채널A 공동 대면 인터뷰



“온갖 나쁜 일은 겪을 수 있는 만큼 다 겪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매번 전쟁의 새로운 공포를 알게 되네요.”

지난해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열흘가량 앞둔 13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수도 키이우의 ‘임시 대통령궁’ 내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쟁을 견뎌내고 있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젤렌스카 여사는 하르키우시 버스정류장에서 죽은 아들의 손을 4시간 동안 잡고 있던 아버지, 부차 집 마당에 묻힌 어머니 묘지를 지키는 아들, 드니프로시의 파괴된 주택 속에서 청각장애인이라 ‘살려 달라’는 말을 제대로 외치지 못하다 뒤늦게 구조된 여성을 소개하며 “매주, 매일이 비극이다. 우린 계속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그중에서 가장 큰 두려움은 “세계가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다’라고 생각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길어지는 전쟁의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또 “6·25전쟁 후 한국의 재건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룬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러시아 침공의 부당함을 호소할 각종 국내외 행사로 피곤한 기색도 엿보였지만 젤렌스카 여사는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 열정적으로 응했다. 그는 “지금 내가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나의 일을 최대한 정성스럽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데 힘들진 않는가. 긴 전쟁을 어떻게 견디고 있나.

“재미있는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전쟁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그 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합병했다.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된 전쟁은 ‘하이브리드의 가면’을 벗었다. 전 세계는 러시아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됐다. 이번 전쟁은 너무 길어진다. 그런데 어떤 전쟁을 ‘짧은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전쟁이 매주, 매일 비극이다. 우리 모두 피곤하고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살기 위해선 긴 전쟁이) 피곤하다고 불평할 수 없다. 우리는 그냥 살고 싶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긴 전쟁에 대한) 피로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전쟁 이후에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 힘든 순간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궁금하다.

“불행하게도 러시아가 우릴 침략한 지 이미 오래됐다. 가끔은 ‘온갖 나쁜 일을 겪을 수 있는 만큼 다 겪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매번 이 전쟁의 새로운 두려움을 알게 된다. (내가 겪은 일들의) 두려움의 정도를 얘기하는 건 불가능하고, 비윤리적이다. 어떤 일이 제일 두려운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하르키우 시의 버스정류장에서 죽은 아들의 손을 4시간 동안 잡고 있는 아버지. 아버지는 그 정류장에서 아들의 손을 4시간 동안 안 잡을 수가 없었다. 부차에 집 앞 마당에 묻힌 어머니 묘지 옆에 서 있던 아들. 아니면 귀가 먹어 ‘살려 달라’고 외칠 수 없던 한 여성이 공격으로 파괴된 드니프로시의 주택 속에서 24시간 만에 구조됐던 이야기. 그 때 이 여성의 아기와 남편은 숨졌다. 이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긴장하고 있다. 계속 또 다른 두려움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극복하기가 힘들다. 사실 우리 모두 이 전쟁의 공포와 스트레스와 싸운다. 그래서 지금 우크라이나에 정신건강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 중 하나는 ‘너 어때’란 메시지다. 우리나라 말에는 안부를 묻는 ‘너 어때’란 질문이 있다. 이는 굉장히 단순한 안부 인사이지만 현재 안타깝게도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난 괜찮아’ ‘난 좋아’라고 거의 대답하지 못한다. 우린 보통 ‘견뎌내고 있다’라고 답한다. 그렇지만 이런 상태로 오래 견딜 수 없다. 이런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 건강에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간혹 10년 후에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린 지금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나쁜 결과를 미리 예측해야 한다. 심리적인 면에서도 말이다. 우리 프로그램이 정신의 적(敵)을 이기는 효과적인 메커니즘, 효과적인 무기가 되기를 바란다. (힘든 순간을 견뎌낼 방법으로) 개인적인 팁을 알려드리자면 잔꾀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활동적으로 하면 (심리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 너무 슬플 땐 운동도 도움이 된다. 내가 이러하듯, 우크라이나 사람 대부분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 우리에게 (미래를 살아갈) 가능성을 주고, (심리적 불안으로부터) 구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전쟁 전에 독서를 많이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안타깝게도 독서는 잡생각을 없애는 데 그렇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정말 좋다. 아이들이 ‘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도 그렇다. 아이들의 발랄함과 천진함은 현재 우리에게 굉장히 큰 선물이다.”

―원래 대중연설을 안 좋아하셨다고 들었는데 지금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다. 이렇게 변하시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나.

“사실 내가 이것저것 가리는 게 많은 성향이다. 특히 창문이 닫히고 윙윙거리는 소리조차 싫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개인적인 호불호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안전지대’를 잃어버렸다. 지금 내가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난 내 일을 최대한 정성스럽게 하고 싶다. 내가 (이것저것) 어려워했던 건 지난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개인적인 안락함과 스트레스 받을 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지금 모든 사람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잘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이로운 길로 인도될 것이다.”

―남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힘드실 때 어떤 말을 해주나. 반대로 여사님이 힘드실 때 대통령이 어떤 말씀을 해주시는지도 궁금하다.

“너무 흥미로운 질문이다. 우리가 즐겁고 (상황들이) 쉬웠을 때는 내가 이런 질문에 서로 어떤 말로 응원하는지 답하는 게 훨씬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순간이 거의 없다. 이 시간을 계속 버티고 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저는 남편과 오랜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계속 서로 응원을 한다. 남편의 지지와 응원이 항상 진심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가 그렇게 느낄 수 있게 노력한다. 우리 남편을 응원하려고 최선을 다 한다. 우리는 (힘들 때를 넘길) 특별한 방법이나 비결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가끔 우리 남편을 웃게 하면 남편이 힘을 받는다. 내가 요즘 (코미디언 출신) 남편을 웃기려고 한다. 보통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반적인 격려의 메시지도 한다. ‘힘내’ ‘우리 다 이겨낼 수 있어’란 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가끔 중요한 미팅이나 연설을 준비할 때 남편이 도와준다. 내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런 도움 덕분에 자신감도 생기고, 어려움이 사라져 대중연설을 하기가 쉬워졌다.”

―‘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고 했는데, 기자가 키이우에 와서 우크라이나 분들을 만나보면 항전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항전의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 어디로도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을 때 어딘가에서 용기가 샘솟는 것 같다. 우리는 정말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을 지키고 있다. 우리 집, 가족, 아이들 말이다. 이렇게 개개인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로 우크라이나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을 서로 보호하려는 일반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일반적인) 마음으로 하나가 된다.”

―요즘 전쟁이 길어지는데 가장 두려운 점은 무엇인가. 그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려 하나.

“가장 위험한 것은 세계가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다’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나라도 보호한다. 우리 (전쟁) 덕분에 (다른 나라에) 연쇄적인 반응이 아직은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지면 러시아 점령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쉬운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보면 무섭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 우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내가 이미 말한 대로 우리는 하나가 됐다. 우리는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아주 높은 동기를 갖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가 부탁하는 만큼 (국제사회가) 도움을 주면 좋겠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가.

“너무 좋은 질문이다. 이 주제는 이미 내게 수없이 많은 물음이 있었던, 논의할 가치가 있는 주제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몇 번이나 저한테 ‘대통령부인이 군사적 도움을 부탁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냐’라고 물었다. 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알고 있다. 우리를 보호하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부탁할 수 있다면 내가 부탁해야 한다. 군사적 도움은 제일 필요한 일이다. 침공을 당할 땐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안 되면 죽거나 포기해야 한다는 두 옵션은 우리에게 맞지 않다. 두 번째로 이제 인적 인프라 복원이 매우 필요하다. ‘사람’이 첫째다. 인프라 재건을 도와야 한다. 시민들이 살던 무너진 건물들을 새로 지어야만 한다. 우리의 학교, 유치원, 병원을 다시 지어야만 한다. 이것들을 세계가 도와줄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이 항상 필요하다. 왜냐하면 전쟁은 단순히 전장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전쟁은 경제위기, 인류적 재앙, 민주적 문제를 모두 야기한다. 전 세계에 있는 개개인 모두가 그들 고유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우리를 도울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확신한다.”

―어머니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겠습니다. 전쟁 중에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하시는지, 또 아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많이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특히 힘든 시기에 아이들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끔찍할 수 있는 것들이더라도 말이다. 아이들이 직접 타인이나 대중매체로부터 알기 전에 가족이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이들은 지금 끝없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종종 부모나 우리들보다도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동영상처럼) 삶을 잠시 일시 정지할 수 없다는 맥락에서 아이들을 이해시키려고 한다. 우리는 삶에 쉼표를 찍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어떤 것을 계획할 수도 없다. 우리는 예전처럼 완전한 꿈을 꿀 수가 없다. 그러나 모든 것들은 확실히 예전에 우리가 했던 것대로 돌아올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거다. 그런 ‘확실함’을 아이들에게 전달해야만 한다. 학습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모든 학생, 우리 모두의 아이들은 한 명, 한 명이 우리의 미래다.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발전과 성장, 더 나은 미래에 기여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종종 아이들이 묻는 어려운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한다. ‘어른들이 너희를 지킬 거야. 어른들은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단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안심하고 걱정하지 마. 가능한 계속 공부하고 학업을 이어가’라고 말합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쟁에 무심해지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군가가 당신의 고통에 무관심해진 것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프다. 난 달리 말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전쟁은 고통이다. 평화로운 시민을 향한 살인이고 고통이다. 어떻게 이러한 것들에 무관심할 수 있을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을 갈라놓는 큰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의 전쟁은 검투사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을 관람하는 무대가 아니다. 오늘날의 전쟁은 언제든지 무대로부터 튀어나올 수 있다. 그 누구도 전쟁이 어떤 순간에 다른 지역에서 다른 나라에서 발생해서 그들의 시민을 위협할지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가 전쟁에 무관심한 것을 지켜보는 것은 가슴이 아프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오늘 저는 당신과 만났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제가 지속적으로 대중들 앞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설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들의 동정심과 공감을 잃지 않게끔 말이다.”

―이번 전쟁이 끝없이 계속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 숨 쉬면서) 전쟁은 언제나 긴 법이다. 심지어 하루 동안 지속됐던 전쟁이더라도 말이다. 이미 대규모 침략 전쟁이 발발한 첫 주에 우리는 아이들을 잃었다. 대피소에 있던 아이들이 사망했다. 우리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이는 바로 다른 이들과 동맹국의 지원, 우리와 방향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도움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 1950년도에 발발했던 전쟁을 예시로 들어 보겠다. 한국이 한국을 침략한 적을 몰아내는 데 도움을 줬던, 다른 나라의 용감무쌍한 파견군인이 있었다는 것을 저는 기억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 끝없이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간절히 전쟁을 끝내고 싶다. 우리는 매일 매일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

―예전에 전쟁에서 여성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기억하겠다고 하셨는데, 여성들의 활약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현재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여성이 전부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크라이나 군대가 여군을 의무적으로 모집하지 않고 있음에도 지금 3만1000명이 넘는 여군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여군들의 아이들은 해외로 탈출하였거나 아니면 아직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다. 매일 매일이 도전이고 인고의 시간이다. 그래서 저는 그들 개개인에게 모두, 그리고 우리들 각각 모두에게 매일같이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 마침 누군가를 만나고 왔다. 프랑스로 자신의 딸과 손자들을 피신시키려고 프랑스에 갔었던 지인이고 최근에 프랑스에서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 그녀가 최근에 돌아와서 저에게 했던 이야기 중에 말씀드린다. 주위 사람들이 다시 (프랑스로) 돌아올 거냐고, 우크라이나에는 오래 머물 건지 등에 대해 많이 물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니라고, 우크라이나에 남기 위해서 프랑스를 떠날 거라고 말했다. 그곳(우크라이나)에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에게는 일이 있고, 나는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고 싶어. 그리고 그게 나는 마음이 더 편해’라고 했다. 바로 그 여성을 만났는데 정말 편안해 보였다. 이게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의학 종사자들, 교육 종사자들은 대부분이 거의 여성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여성들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계속해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심지어는 도저히 인간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없을 상황에서도 말이다. 우리의 에너지 발전소들은 끊임없이 러시아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매우 많은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그들은 매일 일터로 나간다. 그러므로 타인을 구하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모든 여성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모든 여성들, 또한 자신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피난간 우크라이나의 여성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는 제게 특히 영감을 주고, 개인적으로도 이로 인해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우리의 여성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을 위해 맞서 싸울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저는 단 한순간도 그 사람을 마주치길 원하지 않는다. 나를 죽이러 온 상대를 그 어떤 누구도 직접 마주하기 싫을 것이다. 내가 어떤 말을 그 사람에게 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못하겠다.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신 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으로서 푸틴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뿐이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라. 우리를 그만 괴롭히라는 것이다. 이 메시지 외엔 그 어떤 메시지도 남기고 싶지 않다. 그리고 푸틴이나 러시아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도 소용이 없다. 그들(러시아)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메시지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쪽 사람들은 우리 의견이나 세계의 의견에 대한 관심이 없다. 그러니 세계를 상대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13일(현지 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동아일보·채널A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친필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한국인들이 보내준 지지에 감사한다며 “키이우에서 7000km 떨어진 곳에 살고 우크라이나인보다 7시간 일찍 해를 맞이하지만 지난 12개월 내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13일(현지 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동아일보·채널A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친필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한국인들이 보내준 지지에 감사한다며 “키이우에서 7000km 떨어진 곳에 살고 우크라이나인보다 7시간 일찍 해를 맞이하지만 지난 12개월 내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한국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길 바라십니까.

“우선 외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를 잊지 말고 계속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한국은 큰 나라라서 한국의 도움이 너무나도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인터뷰에서 군사적 지원에 대해 얘기했다. 한국은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협상을 기다리겠다. 저는 또한 우크라이나의 재건에 대해 아까 얘기했다. 우리나라 재건과 복구를 위해 우크라이나 지역을 다른 여러 국가들이 나눠 (재건을) 도와주기로 약속한 예시가 있다. 우리는 반드시 무너진 것들을 복구해낼 것이다. 파괴된 곳이 너무 많아서 남의 도움 없이 복원할 수 없다. 그리고 인도적 도움도 물론이다. 예를 들면 몇 개월 전 내 재단이 최근 설립됐다. 이를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 교육 시스템을 도울 수 있다. 학업을 이어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한국 노트북을 공급한다거나 하는 방법이다. 지금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위험지역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은 노트북이 필요하다. 한국은 고도의 첨단기술을 가진 선진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러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미 말한 대로 도움은 전방위적으로 끝없이 필요하다. 전쟁 때문에 모든 게 피해를 입었다. 이걸 다 복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전후 재건 과정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이 재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기술이 가장 우선일 것 같다. 난 우리가 이 분야에서 확실히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정신건강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 개개인이 사용할 스마트폰의 자가 지원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즉 스마트폰과 앱이 필요한 거다. 이게 기술적 측면 (도움)이다. 우린 병원을 재건해야만 한다. 병원에는 새로운 설비들이 많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에 기대할 수 있는 큰 가능성 중 하나다. 사람을 살리는 건 그 사람의 건강, 특히 정신건강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러 나라 전문가를 찾고 있고,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매우 고대하고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지원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도움이 필요한 분야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 (한국과) 접점도 많다. (답변을 자처하며)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정의 구현’이다. 우크라이나는 국제전범재판소를 만들기를 부탁한다. 모든 전쟁범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자기 손으로 범죄를 저지른 군인들도, 명령을 내린 사람들도 처벌해야 한다. 이 분야에는 전 세계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건 꼭 국제군사재판소여야 한다. 국제적으로 전쟁범죄자들은 다시 우크라이나에서 한 일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한다.”

―한국은 전후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전후 재건 과정에서 이런 경험을 참고하실 계획인가요.

“당연하죠. 한국 전쟁 후 재건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굉장한 의미가 있고 상당히 소중하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한국이 우리에게 협력을 제안해준다면 우리는 그 제안을 너무나 행복하게 받겠다. 이는 상당히 큰 의미를 가져다주고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전후 복구에 성공했다.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인적자원도 회복했다. 우리에게 이게 지금 굉장히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의 비밀병기란 별명을 얻었다.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활동을 다르게 하실지 궁금하다.

“아주 흥미롭다. 난 전혀 비밀스럽게 활동하고 있지 않다. 공개적인 곳에서 솔직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솔직함 속에서 어떠한 힘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런 에너지는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진심을 느껴서 힘을 얻는 것 같다. 난 국제외교의 전선에서 내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다. 실제로 열전이 벌어지는 군사전선도 있지만 문화전선, 국제외교전선 등이 있다. 우리 일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하는 일이다. 나도 내 활동으로 우리나라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전쟁은 비극이긴 하지만 전쟁을 통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어떤 교훈을 얻고 있나.

“언제나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게 우리의 주요 원칙이다. 지금 이 전쟁 중에도 그렇다. 한 사람을 살리는 것이 모두를, 나라를 지키는 일이고 한 사람이 회생하는 건 나라가 살아나는 일이란 것.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개인의 가치란 것은 나이, 직업, 사는 곳 상관없이 언제나 사람 그 자체에 있다. 이는 정말로 우리와 우리의 역사에 중요한 사실이다. 우리는 계속 단단해지고 있다. 전쟁하기 전에도 단단했지만 지금 더 단단해졌다. 러시아 침략에 대한 분명한 것들을 밝혀내고, 우리의 단합이 우리나라를 재건하고 앞으로 닥쳐올 상황들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강한 항전의지를 보이는 국민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반복해서 말하자면 가장 값진 것은 인고의 상황을 스스로 버텨내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항상 우크라이나 사람이라서 자랑스러웠다. 우리 국민들, 내 곁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심지어 전쟁이 발생한 첫 주에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전쟁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지켜봤는데 내겐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반대로 ‘너희는 우릴 무너뜨리길 원하지? 하지만 우리는 절대 부서지지 않아.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함께이거든’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비록 작은 행동이지만 이런 생각이 가장 힘들었던 침공 첫째 주에 우리를 버틸 수 있게 해줬다.”

―한국 국민들 모두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진심으로 기도하겠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키이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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