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의회서 “우크라 굴복 안해…美지원, 자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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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22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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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마친 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선물한 미국 국기를 들고 웃음 짓고 있다. 2022.12.22. [워싱턴=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마친 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선물한 미국 국기를 들고 웃음 짓고 있다. 2022.12.22. [워싱턴=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마친 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으로부터 미국 국기를 선물 받고 있다. 2022.12.22. [워싱턴=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마친 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으로부터 미국 국기를 선물 받고 있다. 2022.12.22.
[워싱턴=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찾은 미국에서 의회를 방문해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에 감사의 뜻을 밝히는 한편 초당적 안보 지원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백지수표’는 없다며 초당적 지원에 반대해 온 공화당 의원들도 그의 연설에서 진정성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22일 새벽 4시30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미 의회로 이동했다. 이후 이날 오후 7시30분(22일 오전 9시30분)부터 약 30분간 연설을 진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초기인 지난 3월 미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한 바 있다.

◇ 2분간 환영 기립박수…“우크라이나,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 의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미 국회의사당에 들어섰고, 2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 의원들의 격한 환영에 그는 “이건 조금 과한 것 같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가 입은 카키색 상의에는 노란색의 문장이 눈에 띄었다. 이 문장은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국장인 ‘트리주브’로, 세계가 땅, 천체, 영혼으로 분리돼 있는 동시에 공기, 물, 흙으로 결합돼 있음을 뜻하는 삼지창 형태를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존경과 감사를 전하는 내 말이 미국인들의 가슴에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며 “여기에 있는 것은 큰 특권”이라고 입을 뗐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전쟁 승리를 기원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가능성과 파멸과 암울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무너지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는 살아있고 활기차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의 포악한 행위는 우리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며 “이 전쟁은 우리의 아이들과 자손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지를 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美지원, 자선 사업 아냐…국제 안보 위한 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재치 있게 미국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포(artillery)가 있다. 매우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그것이 충분한지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 그렇지 않다”고 입을 뗐다. 그의 말이 끝나자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자선(charity)이 아니라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승리하는 데 미국과 동맹국의 지원은 중요하다(crucial)”며 “우리를 대신해 전장에서 싸워달라고 바란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미국의 탱크나 항공기를 완벽하게 운용할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군수용품 지원을 촉구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테러리스트 국가’라고 부르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략이 얼마나 파멸적인지 느끼게 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며 “테러리스트 국가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라”고 규탄했다.

◇ “믿음의 빛 꺼지지 않을 것”…펠로시와 국기 교환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이 끝을 향해 갈 때쯤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의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것”이라며 “전기가 없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믿음의 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절대적인 승리를 달성할 것”을 강조하며, 2018년부터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군의 공식 경례 구호인 ‘우크라이나에 영광을!(Slava Ukraini!)’이라는 문구를 끝으로 연설을 마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직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바흐무트 수비군으로부터 받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에게 건넸다. 펠로시 의장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 성조기를 선물하며 이에 화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300일째인 지난 20일 최전선 지역인 바흐무트를 방문해 군인들을 만나 훈장을 수여했다.

당시 바흐무트를 지키던 군인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자신들의 서명이 담긴 우크라이나 국기를 선물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미 의회에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 ‘백지수표 없다’는 공화당, 설득 가능할까

일각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내년 1월 하원을 장악할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449억 달러(약 57조83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안에 합의했지만, 최종적으로 통과가 될지 혹은 새해 새로운 의회에서 뒤집힐지 등은 미지수로 남아있기 때문에다.

앞서 미국 양당 지도부는 이날 합의한 2023 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안에 449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을 포함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이번에 합의된 예산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당 합의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일각에서는 내년 1월 새로 구성된 의회에서 예산안 논의를 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막판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쓰지 않겠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 공화당서도 나뉜 반응…“입장 변화없다” vs “연설서 진심 느껴져”

미국의 유력한 하원의장 후보인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이 좋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수표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매우 좋은 연설이었지만, 내 입장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며 “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쓴 모든 돈에 대해 책무성(accountability)이 있다”고 지적했다.

매카시 의원과는 달리 연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공화당 의원들도 있었다. 존 툰 공화당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강렬함과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진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과거 우크라이나 원조와 관련한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신시아 러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되는 돈을 미국 국민의 희생이라고 인식하는 그의 감사 인사는 현명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다. 그들이 하고 있는 희생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게 인도주의적,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포함해 약 500억 달러(약 64조1000억원)를 지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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