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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中 “美中사령관 핫라인 중단” 대미보복… 美, 항모전단에 “대만해협 감시” 지시

입력 2022-08-06 03:00업데이트 2022-08-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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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만봉쇄]
中, 펠로시 대만 방문 보복조치
기후변화 등 8개분야 협력 중단
대만갈등, 전방위 관계단절 확산
美 블링컨-中 왕이 ‘엇갈린 시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주최로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5일(현지 시간)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위)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 아래)이 서로 외면한 채 다른 곳을 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이 연설을 시작하자 왕 부장은 바로 퇴장했다. 프놈펜=뉴스1
중국 정부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5일 미국과 국방 분야 협력을 단절하는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4일부터 이틀째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진행하며 대만을 옥죄는 동시에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도 본격화한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군사 갈등이 전방위 관계 단절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펠로시 대만 방문에 대한 8개항 보복 조치라며 “미중 간 전구(戰區) 사령관 통화 라인과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회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중 간 불법 이민자 송환, 형사사법 지원, 국제범죄 퇴치, 마약 퇴치 협력, 기후변화 협상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만 봉쇄 훈련으로 군사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군 지휘관 핫라인 중단 등 국방 분야 협력 단절을 발표한 것이 심상치 않다. 오판에 따른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을 완충재 상당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첨단기술, 경제 분야에서 극심한 갈등을 이어가는 양국이 그나마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꼽던 기후변화, 마약 퇴치 협력까지 중단해 관계 단절 수준이 더욱 악화됐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이날 중국이 핵추진 잠수함이 포함된 항공모함 전단까지 훈련에 합류시켰다며 “아군 항모로 적 항모를 차단하는 항모 전단 억제 훈련을 처음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보유한 항모인 랴오닝함과 산둥함이 펠로시 의장의 3일 대만 방문 직전 모항에서 출발했다.

미 백악관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펠로시 의장 호위에 나섰던 미국 로널드레이건 항모 전단에 중국 훈련 감시를 위해 대만 동남부 해역에 더 머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몇 주 안에 미 전함과 전투기가 대만해협 해상과 상공을 통과하는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美 “中 ‘개구리 삶기’식 대만 봉쇄”… 中, 바이든 겨냥 “기후 협력 중단”


백악관 “中 정기적 봉쇄작전 의도… 美, 새로운 현상 받아들이지 않을것”
주미 中대사 초치, 도발행위 항의… 中, 펠로시 대만방문에 보복조치
군사-범죄퇴치 협력 등 중단 선언… 양국 우발적 충돌 가능성 높아져



중국 정부는 5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에 미중 간 군 사령관 핫라인 중단 등 국방 분야 협력 단절뿐 아니라 기후 변화 협상과 마약 퇴치 협력 중단 등도 포함시켰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신(新)군사냉전이 양국 간 전면적 관계 단절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백악관은 4일 친강 주미 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의 도발적 행위에 대해 항의하며 미국은 중국의 어떤 행동에도 (대응이) 준비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 “세계 기후변화 대응에 악영향”
AP통신은 이날 “군사와 경제 교류는 중단된 상태이지만 기후 변화와 펜타닐 등 불법 마약 거래 퇴치는 미중 양국이 공감한 분야”라며 이 분야 협력 중단의 파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면서 사실상 관계 단절 수준에 이른 첨단기술과 경제 교류 분야에 이어 그나마 양국이 협력을 시도하던 분야까지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특히 기후 변화 협력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은 갈등이 극심할 때도 존 케리 미국 기후문제 특사가 지난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인사 중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등 협력의 끈을 이어왔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세계 1, 2위 오염 물질 배출국이다. 양국이 배출하는 화석연료가 세계 배출량의 40%를 차지한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주축이기도 한 양국 간 협력이 완전히 단절되면 전 세계 기후 변화 대응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AFP통신은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정기적으로 회담하겠다고 한 양국 합의도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다.
○ “국방협력 단절로 우발 충돌 가능성↑”
“중국이 ‘개구리 삶기’를 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 시간) 중국의 대만 봉쇄 훈련에 대해 “중국이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이는 이 같은 수준의 긴장 강도를 유지하거나 최소한 (봉쇄) 작전을 더욱 자주 정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개구리 삶기’는 끓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곧바로 뛰쳐나오지만 서서히 끓이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죽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다.

중국이 대만을 방어하려는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여가며 이를 정례화하고 장기적으로 지속해 대만을 고립시키고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는 의도를 이번 훈련에서 드러냈다고 분명히 한 셈이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의 이런 군사 도발을 “(대만의 실질적 주권 유지라는) 현상을 바꿔 (대만 봉쇄라는) 뉴노멀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런 새로운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도발 정례화를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 핵추진 잠수함이 포함된 항공모함 전단이 처음 참여해 미국 항공모함 억지 훈련을 벌인다고 밝혔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함 전단에 대만 동남부 해역에서 중국 훈련을 감시하라고 지시한 뒤 몇 주 안에 항공모함 전단이나 군함, 전투기를 대만해협에 진입시키는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5일 국방 분야 협력 중단을 발표해 미중 간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중국은 ‘대만 봉쇄’ 훈련 이틀째인 이날 중국과 대만이 대치해 온 실질적 경계선으로 인식돼 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전투기 68대와 군함 13척이 침범해 무력화했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의 고타니 데쓰오 주임연구원은 “이런 종류의 대규모 훈련이 앞으로 수년간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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