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피격 사망 알자지라 기자, 이스라엘 책임 묻기 어려워”…팔레스타인측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5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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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에서 취재 도중 총에 맞아 숨진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아부 아클레 알자지라 기자(55) 사건이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 미 국무부가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그렇다 해도) 고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총알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분명하게 결론내리기 어렵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아클레 기자의 죽음이 의도적이라고 볼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서 “전문가 검사 결과 (아클레 기자를 맞힌) 탄환이 심하게 손상돼 (탄도를 조사하기 힘들어) 출처를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는 이스라엘방위군(IDF)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파벌의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검찰은 “총탄이 심하게 손상됐다는 미국의 결론은 부정확하다”며 “아클레 기자가 의도적으로 표적이 됐다”고 반박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해 아클레 기자 사망 원인을 따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클레 기자는 5월 11일 요르단강 서안 북부 난민촌에서 취재하다 어디선가 날아온 총에 맞아 숨졌다. 그의 곁에 있던 동료들은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교전 상황에서 유탄에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은 아클레 기자 몸에 박힌 탄환을 미국에 보내 조사를 의뢰했다.

미국의 조사 결과가 13일부터 시작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순방 직전에 나온 것은 공교롭다는 지적도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사이에 분란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을 사전에 일단락지어 순조로운 중동 순방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라는 얘기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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