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제 2루나’ 되나…시세 폭락에 파생상품 출금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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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자산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들도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폭락하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이어진 코인 상승장에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이더리움 관련 파생상품들이 최근 하락장에서 코인시장을 ‘폭락 소용돌이’로 이끄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더리움이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 다음으로 규모가 큰 코인인 만큼 시장 충격이 ‘루나 사태’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 이더리움 파생상품 출금 중단, ‘제 2의 루나’ 되나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미국의 코인 예금·대출 플랫폼인 ‘셀시우스네트워크’는 고객 자산에 대한 출금을 중단시켰다. 보유한 이더리움 자산이 한꺼번에 청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셀시우스 거래 고객은 주로 미국 투자자이지만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31조 원에 달해 향후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셀시우스의 위기는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하면서 본격화 됐다. 그 동안 투자자들은 예금담보대출처럼 코인을 맡기고 이자를 받거나 코인을 대출받는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를 통한 풍차 돌리기식 투자로 수익을 극대화했다. ‘리도 파이낸스’ 라는 디파이 플랫폼에 이더리움을 맡겨 연 4%가량의 이자를 보장 받고, 이때 증빙으로 받은 ‘stETH’를 담보로 다시 ‘셀시우스’에서 이더리움을 빌려 재투자하는 식이었다.

문제는 하락장에서는 이 같은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셀시우스는 그동안 가상화폐를 예금할 경우 18%대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170만 명의 예금자를 끌어 모았는데, 최근 루나, 테라 폭락 사태를 겪으며 셀시우스의 이자 지급능력에 대한 의문이 생겨났다. 이에 기존에 이더리움과 stETH 등을 맡겼던 투자자들의 상환 요구가 몰리며 셀시우스의 ‘뱅크런’ 우려가 커졌고, 셀시우스가 보유한 이더리움과 stETH 등이 강제청산 돼 시장으로 쏟아질 것이란 불안으로 이어졌다. 이더리움이 일시에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그 결과 이더리움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셀시우스뿐 아니라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 역시 유사한 구조로 풍차돌리기식 투자에 쓰이는 경우가 많아 하락장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블룸버그는 “루나·테라 사태로 이미 흔들린 암호화폐 시장이 셀시우스의 실패로 더욱 악화됐다”며 “디파이와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전염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글로벌 코인 시총 1조 달러 아래로
14일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3시 반 현재 업비트에서 이더리움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8% 내린 1227 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4812달러까지 치솟았던 이더리움 가격은 이날 한때 1094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월12일(1043달러)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수준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비트코인도 11.29%내린 2만2558 달러에 거래됐다. 국내 업비트에서도 이날 이더리움이 140만 원대까지 내려갔고, 비트코인도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2700만 원대에서 까지 추락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3000만 원 선을 내줬다.

지난해 11월 2조8390억 달러까지 치솟앗던 가상자산시장의 전체 시가총액도 9492억2209달러로 쪼그라들며 작년 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1조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다만 블록체인 컨설팅 회사 블리츠랩스의 김동환 이사는 “당분간 셀시우스 발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파생 구조상의 문제인 만큼 이더리움이 루나처럼 휴짓조각이 되진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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