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참전 한국인 “젤렌스키 국회 연설에 60여명 참석,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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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5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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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 국제여단에 입대한 한국인 A 씨가 우크라이나군 측으로부터 받은 감사장.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 국제여단에 입대한 한국인 A 씨가 우크라이나군 측으로부터 받은 감사장.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외국인 의용병 부대에 입대한 한 한국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한민국 국회 화상 연설 때 의원들의 참석이 저조했던 것을 두고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15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 국제여단에 입대한 한국인 A 씨의 입장문이 올라왔다.

A 씨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에서 연설했을 때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 중 50~60명만이 참여한 사실을 보고 한국인이란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자유세계 국가 중 어느 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이런 모욕을 줬느냐”며 “소수지만 제 의용군 동료들도 한국 정치인들의 행동을 알고 있다. 한국 정치인들에게 지금 이 전쟁이 그저 지구 반대편 동유럽 국가의 한낱 분쟁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가의 정치인과 시민들이 당신들의 행동을 기억할 것”이라며 “일어나지 말아야겠지만, 언젠가 대한민국이 침공당했을 때 당신들의 행동을 말하며 수많은 나라가 도움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나라에 도움을 받았던 나라가 지금의 적이 무섭고 경제가 약화될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반도에 묻힌 수많은 유엔군이 후회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의원 300명 중 약 60명만 참석했다. 좌석 300석 중 빈자리가 상당수였다. 사진공동취재단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의원 300명 중 약 60명만 참석했다. 좌석 300석 중 빈자리가 상당수였다. 사진공동취재단
A 씨는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자유세계의 일원이자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권위주의 세계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우크라이나 입국자들을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선 “정부가 저를 처벌해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참상을 알고도 아무것도 못 하는 정치인들과 소극적인 정부의 한심함에 역겨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A 씨는 “자유로운 우크라이나인들의 평화로운 삶을 붕괴한 적들과 맞서 싸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 측이 A 씨에게 보낸 감사장의 일부 내용을 공유했다. 감사장에는 “우크라이나의 군대를 대표해, 당신이 러시아의 침략자에 대항하는 싸움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함께한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적혀있다.

앞서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는 여야 지도부와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60여 명만 참석해 강당 곳곳이 텅텅 비어있었다.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으나 미국 영국 일본 등 23개국 의회 화상 연설 때마다 터져 나온 기립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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