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濠 “극초음속미사일 협력”… 中 “제2 우크라 사태 겪고싶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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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중러 군비경쟁 본격화

중국의 군사력 견제를 위한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 정상들이 핵추진잠수함(핵잠)에 이어 극초음속미사일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의 선두주자인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 미사일을 사용하자 그동안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경쟁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뒤처져 있던 미국이 격차를 빠르게 만회하기 위해 군사 공조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첨단 무기를 중심으로 한 미국 등 서방과 중-러 간 군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 美, 게임 체인저 무기 중-러에 뒤처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5일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극초음속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 방어 역량 강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 사이버 능력과 전자전 등 첨단 군사기술 연구 및 투자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비행해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위력적인 신무기다. 기존 미사일방어 체계로는 요격이 어려워 향후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극초음속미사일 관련 기술력은 러시아가 가장 앞서 있다. 2019년 음속 20배(시속 약 2만4480km)의 ‘아방가르드’에 이어 ‘지르콘’(음속 9배) 등을 실전 배치했다.

이번 오커스 발표는 우크라이나를 볼모로 서방에 핵을 비롯한 전략무기 위협을 가하고 있는 러시아와, 러시아를 두둔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오커스 정상들은 성명에서 “러시아의 정당성 없고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미 실전 배치를 완료한 러시아와 중국에 비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경쟁에서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러시아는 지난달 18일과 20일 사거리 2000km, 음속의 10배(시속 약 1만2000km) 속도에 달하는 극초음속미사일 ‘킨잘’을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에 두 차례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미사일을 동원하는 공습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러시아의 뒤를 쫓고 있는 중국은 2019년 열병식에서 ‘둥펑-17’(음속 10배)을 최초로 공개한 이후 지난해 시험 발사를 마쳤다.

미국은 지난달 비밀리에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극초음속대기흡입무기개념(HAWC)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 中 “제2 우크라 사태 겪기 싫으면 자제해야”
극초음속미사일 안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오커스의 발표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어느 누구라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기 싫다면 세계 다른 지역들을 같은 위기에 내몰 수 있는 일들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커스의 궁극적 목표는 ‘아시아 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결성이다. 아태 국가들은 이에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군사력 강화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출범했다. 미국은 호주에 핵추진잠수함 기술 전수 계약을 맺고 18개월간 8척의 핵잠 개발을 공동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중국은 “역내 안정을 해치는 극도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커스(AUKUS)
미국 영국 호주가 지난해 9월 결성한 3자 안보 협의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억제를 주된 목표로, 첨단 군사기술과 정보를 공유한다.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영국(United Kingdom), 미국(United States)의 국가명 일부를 조합해 명칭을 만들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영국#러시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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