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떠나는 청년 프리랜서들…하루 3000~4000명 수준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21일 1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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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시작한 뒤, 러시아의 젊은 IT·크리에이티브 프리랜서들이 자국을 떠나 인근 국가인 아르메니아에 자리를 잡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를 떠나 아르메니아로 향한 젊은 프리랜서들을 소개했다.

아르메니아 정부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아르메니아에 등록된 러시아인은 3000~4000명 정도였다. 그런데 침공 이후 2주 동안 이와 거의 비슷한 수의 러시아인이 매일 아르메니아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들 중 수천 명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했으나, 아르메니아 정부 관계자는 지난 주 후반 기준 약 2만 명이 남아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들 중 대부분이 IT업계나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젊은 프리랜서들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같은 현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키프로스에 본사를 둔 비디오 게임 개발 회사의 부분 소유주인 이반은 “(러시아를 떠난) 이들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서 “떠난 사람들 대부분은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아르메니아의 한 카페를 찾은 모스크바 출신 웹디자이너 폴리나 로즈바(29)는 “한 달 전만 해도 저는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살고 싶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한 케로비안 아르메니아 경제부 장관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아르메니아에 온 대부분의 러시아인에 대해 인터넷, 국제금융연계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운 IT업계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다만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 중에는 러시아의 규제 압력을 피해 온 블로거, 언론인, 활동가 등도 있다고 한다. 블로거의 경우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범죄로 규정돼 체포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금전적인 부분과 관련돼 있다.

루블화 가치가 약 40% 이상 폭락하면서 달러화로 매겨지는 아르메니아 주택 가격은 치솟았고, 이들은 저렴한 호스텔을 찾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비자, 마스터 카드, 페이팔은 모두 러시아 사업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아르메니아를 비롯한 극소수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 미르 은행 카드 뿐이라고 한다.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러시아인 미라(26)는 남자친구와 함께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날 오전 3시간 동안 ATM 기기를 찾아 돌아다녔으나, 달러 인출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를 떠난 사람들은 아르메니아뿐만 아니라 조지아와 터키로도 향한다고 한다. 물론 분쟁 상황에서 중립을 지켜 온 아르메니아가 이들에게 가장 호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아르메니아에선 비자나 여권 없이도 입국할 수 있고, 최장 6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자국을 떠난 러시아인들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인을 점점 더 똑같이 여기는 느낌으로 인해 복잡한 심경이라고 한다.

웹 개발자인 지갈로프 씨는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다. 왜냐면 지금 러시아인들이 나쁜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걱정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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