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철수’ 두고 미·러 공방…“과거 보면 신중해야”vs“교육 부족해”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17일 0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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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의 ‘일부 병력 철수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시켰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미 일부 철수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의 철군 소식에 고조됐던 긴장이 누그러지나 싶었지만 미국과 나토 측은 러시아의 일부 병력 철수 주장에 ‘신중론’을 펼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의 철군은 검증되지 않았다”며 “러시아군 15만명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에워싸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백히 가능한 상태”라고 피력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러시아의 외교 의사는 낙관적이지만 현재로서 긴장 완화의 신호는 없다”며 미국의 신중론에 동조했다.

미국 측이 러시아를 향해 병력 철수에 관한 ‘입증’을 요구하자 러시아 국방부는 16일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러시아군 부대들이 원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면서 군사장비를 실은 열차가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는 미국 측의 의혹 제기에 적극적으로 반박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단순 영상만 가지고는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나토가 ‘과거 일부 병력을 일시적으로 철수시켰다가 이후 더 많은 병력을 배치시키는 행위를 반복했던 러시아의 전력을 감안하면 이번 ’일부 병력 철수‘ 건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말 긴장 완화를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지역에서 1만명의 병력을 철수시킨 바 있지만 몇 주 만에 해당 지역의 병력 숫자를 다시 늘렸다. 그러면서 유럽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대립 상황에 직면했다.

러시아 병력은 지난해 4월에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대규모 훈련을 마친 뒤 일부 병력을 남겨놓는 등 같은 행동을 통해 10월쯤부터 병력을 증강하기도 했다.

◇ 美 비롯한 서방 국가, 여전히 ‘신중론’에 무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 서방 리더들은 16일 다시금 신중론에 무게를 더했다.

먼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MSNBC와 ABC방송 등에 잇따라 출연, 관련 질문에 “불행하게도 러시아가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서 “(러시아군의) 의미 있는 철수를 보지 못했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개된 공격의 선봉에 서게 될 병력이 국경에 대규모로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의 중요 부대들이 국경에서 멀리 떨어지는 게 아니라 국경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계속 보고 있다”면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정반대”라고 피력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위협이 어제보다 오늘이 더 크냐’라는 질문에 “이것은 현실이다. 우리는 철수를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철수를 보길 원한다. 만약 우리가 그것을 본다면 우리는 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시켰다는 발표가 있기 전만큼의 많은 병력을 아직도 주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르드리앙 외무장관은 이날 상원 의원들에게 “우크라이나 국경에는 아직도 많은 러시아군이 있고 그들이 기동훈련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러시아군의 철수를 보지 못했다”며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더 많은 (러시아) 병력이 오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러시아의) 외교적 노력 메시지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위성 사진으로 (러시아가 병력 철수를 하지 않았다는) 정보가 확인되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은 것을 위성 사진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러시아 측이 공개한 ‘병력 이동 영상’ 관련해 “우리가 (러시아군의) 병력과 전투 탱크 이동을 보는 것만으로 진짜 그들이 철수했다는 걸 확인하지는 못한다”면서 러시아가 이전에도 병력 규모를 늘리면서 자주 군사장비와 병력을 재배치해 왔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에스토니아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군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탱크와 장갑차 등 추가로 보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군이 늘어나는 것에 대응해 우리는 나토 연합군과 함께 육해공군의 병력과 자산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러시아가 훈련을 마친 일부 병력을 본진으로 돌려보냈다고 발표했지만 훈련할 때 혈액은행과 야전병원을 마련하고 전략 무기를 옮겨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게다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 군이 철수했다면 우리 모두가 이를 봤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단지 성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 계속되는 서방의 불신에 불쾌감 표한 러시아…“서방 태도, 교육 부족 문제”

영상을 공개하면서 ‘일부 병력 철수’ 주장에 무게감을 더한 러시아지만 서방의 계속되는 신중론에 러시아 측은 불쾌감을 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서방의 히스테리가 계속 되고 있다”며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하는 일에 대한 서방의 태도는 교육 부족의 문제”라고 힐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휴가 계획을 짜고 싶다.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더 선이 올해 러시아의 침공 일정을 공개해주길 바란다”며 날을 세웠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에게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어떠한 발언도 더 이상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면서 “안전 보장에 관한 미국, 나토와의 건설적인 대화는 계속되길 바라는데 스톨텐베르그는 진지한 논쟁으로 간주될만한 발언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들은 심도 있고 실질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며 “서로를 가르치려고 하거나 공허한 발언을 하기보다는 서로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美국방부 “러 전투기 근접비행에 진로 방해”…상공서 펼쳐진 미러 갈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와 러시아 간의 갈등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 국방부는 이날 미 해군 항공기 3대가 지난 주말 지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에 의해 ‘전문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진로를 방해받았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부상자는 다행히 없지만 이와 같은 계산 착오 및 실수가 발생하면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러시아 관리들에게 우리가 겪은 우려를 알렸다”면서 “미국은 앞으로도 공해와 영공에서 국제법상 안전하고 전문적이며 일관적인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러시아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항공기 한 대는 ‘위험할 정도’로 미국 항공기에 근접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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