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탱크로 적군 교란 ‘유령부대’, 77년만에 美의회 금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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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스트아미레거시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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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교란 전술로 나치 독일군을 혼란에 빠뜨렸던 미국 ‘유령부대’ 대원들이 약 77년 만에 공로를 인정받아 민간인 최고 영예인 의회 금메달을 받는다.

2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유령부대 금메달 법안’에 서명했다. 유령부대는 1944년 6월~1945년 3월까지 전장에서 활약한 미 육군 제23 본부 특수부대와 1945년 이탈리아 작전에 참여했던 제3133 신호복무중대를 말한다.

엔지니어, 건축가, 예술학도 등으로 구성된 이들 부대원들은 고무튜브로 된 무기, 음향효과, 가짜무전 등을 활용해 적군이 미군 및 동맹군에 대해 오판하도록 하는 기만 작전을 20여 차례 수행했다. 나치 독일군은 이들이 만든 가짜 군사본부를 보고 대규모 미군 병력이 머물고 있다고 착각해 먼 곳으로 병력을 이동시키기도 했다.

23본부는 병력이 1100여명 수준이지만 부대원들이 규모가 큰 부대의 패치를 군복에 박고 차량에도 가짜 마크를 칠하는 교란작전을 펼쳐 적군은 부대 규모를 3만 명대로 추정하기도 했다. 미군은 유령부대 작전으로 약 3만 명 규모로 발생할 수 있었던 인명 피해를 줄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의 존재는 1996년 관련 기밀 문서가 해제되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유령부대 대원이었던 버니 블루스테인 옹(98)은 의회 금메달 수상 소식에 “영광이다. 살아서 함께 이 기쁨을 누릴 동료들이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생존해있는 유령부대 참전 용사는 그를 포함해 9명뿐이다. 부대원 중에는 패션디자이너 빌 블라스, 화가 엘스워스 캘리, 사진작가 아트 케인 등이 있다.

사진 고스트아미레거시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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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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