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무기에 대한 행정부 내 논쟁이 최종 단계로 접어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승인됐던 여러 핵무기 프로그램들을 폐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달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 정통한 9명의 전·현직 관리들은 익명을 전제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 스텔스 폭격기 건설 계획에 대한 대폭 감축 권고가 이뤄지지 않는 등 미국의 원자력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연구 단계에 있는 신형 핵 순항미사일을 투하할지, 냉전 시대의 열핵폭탄을 폐기할지, 심지어 이전 정부가 잠수함에 배치했던 새로운 “저유도” 탄두를 제거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핵 정책과 프로그램들의 개편, 즉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해 적국을 선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무장 증강에 대응해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추진됐던 핵무기 고도화를 되돌리는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미 과학자연맹의 핵정보 프로젝트 책임자 한스 크리스텐슨은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한 도전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작한 현대화 프로그램을 축소하지 않고 어떻게 감축이나 개혁에 대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텐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인한 신형 무기 중 일부는 해군을 위한 신형 핵무장 순항미사일 같은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들이라면서 “(바이든)에게 좋은 소식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별로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아직 많은 돈이 투자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비확산 지지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은 미국이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조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핵무기 선제 사용 금지’ 정책을 선언하거나, 적어도 핵무기는 재래식 위협이 아니라 핵위협을 저지한다는 목적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원의원 및 부통령 시절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핵무기의 기본적 역할은 다른 핵무기의 사용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전 행정부 시대의 기조를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핵무기 공격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핵공격을 저지하는 것만이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라고 선언한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순항미사일과 잠수함용 등 최소 3개의 신형 무기체계와 개량형 탄두를 허가함으로써 현대화 추진에 힘을 보탰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렇게 덜 파괴적인 무기들이 도시 전체를 말살할 수 있는 무기들보다 분쟁에 사용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더 불안정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의 일부 핵프로그램 폐기 검토에도 불구하고 ICBM이나 컬럼비아급 탄도미사일 잠수함, B-21 스텔스 폭격기 개발 등 전략 억지력 개발 프로그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