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의 대형 부동산 회사 헝다(恒大) 사태의 파장이 미국 등 글로벌 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8일(현지 시간) 경고했다. 올 9월만 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헝다 문제는 중국에 국한된 것”이라며 위기 전이 가능성을 일축한 것에 비하면 미국이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발간한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미국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를 주고 있다”면서 이 같이 짚었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규모, 전 세계와 무역 연계도 등을 감안했을 때, 중국 금융의 불안은 위기 심리의 악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압박을 주고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협하며 미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또 “중국은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가 여전히 크고 금융 부문의 레버리지(차입금을 통한 투자)가 높으며 부동산 가치도 지나치게 오른 상태”라며 “이런 환경에서 중국이 레버리지가 높은 기관에 대한 규제에 집중할 경우, 헝다 사태에서 보듯이 부동산 섹터 등 부채가 높은 기업들에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헝다 그룹은 그간 차입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지만 최근 당국이 부동산 규제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태다.
연준은 이어 “위기가 금융회사에 전이되고 부동산 가격이 갑작스런 조정을 겪거나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줄어들 경우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큰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이런 경고는 헝다 사태에 대한 최근까지의 입장과 다소 결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9월 기자간담회에서 “헝다 사태는 중국에 한정된 것”이라며 “미국이 직접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많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연준은 또 이날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갑작스런 긴축이 진행될 경우 부채 비율이 높은 신흥국들의 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를 개시한 연준은 경제 상황에 따라 내년에 제로금리를 포기하고 금리를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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