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오리가 성폭행”… 테니스 스타 미투에 中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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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솨이, SNS 폭로… 현재는 삭제
8일 ‘6중전회’ 앞두고 파장 주목
‘상하이방’ 제거 일환일 가능성도

중국 유명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5)가 장가오리(張高麗·75) 전 부총리 겸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2일 폭로한 가운데 이 사건이 8일부터 열리는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 등 중국 정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장 전 부총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쟁 집단이자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에 속해 있다. 이번 일로 상하이방이 더 위축돼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과 공산당 지도부 전체의 도덕성이 큰 타격을 입어 시 주석에게도 좋을 것 없다는 지적이 맞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공산당은 이미 실각한 고위 관리들의 성적 비리를 폭로하는 관행이 있다”며 2014년 실각한 상하이방 출신의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몰락할 때도 성 추문과 비리 사건이 같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폭로가 시 주석의 경쟁세력 제거 작업의 하나일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장 전 부총리가 2007∼2012년 톈진시 당서기로 재직할 때 불거졌던 시 고위 인사의 비리 사건들이 3일 갑자기 중국 최고 사정 및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왔다는 사실도 이 추측에 힘을 더한다.

장 전 부총리가 시 주석 집권 1기 고위직을 지낸 만큼 시 주석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펑솨이가 올린 웨이보 폭로 글이 30분 만에 삭제됐고 이후 당국이 인터넷에서 펑솨이의 이름은 물론이고 테니스라는 단어의 검색까지 차단한 것도 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서 국가 지도자급 인물의 성범죄 고발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며 후폭풍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장가오리#테니스 스타 미투#펑솨이#sns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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