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보좌관, 종전선언 질문에 “순서, 시기, 조건 다를 수도”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10-27 01:10수정 2021-10-2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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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 AP 뉴시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6일(현지 시간)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순서와 시기, 조건 등에 대한 미국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잇단 한미 협의를 갖고 종전선언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미국이 당장 이에 호응할 뜻이 없음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각 단계별로 정확 순서(sequencing)나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핵심적인 전략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한국 측과) 뜻을 같이 하고 있고, 외교를 통해서만 효과적인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도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워싱턴과 서울에서 연쇄적으로 이뤄진 한미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에 대해서는 “매우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주 초 워싱턴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한데 이어 서울로 장소를 옮겨 추가 협의를 이어갔다. 김 대표는 협의를 끝낸 뒤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포함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탐색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발언은 내놓지 않은 채 ‘논의를 지속할 뜻이 있다’는 원론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종전선언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우려하며 내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법률팀은 종전선언 관련한 세부 사항들을 세밀히 검토 중인 상황이다. “종전선언은 법률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선언”이라는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과 달리 종전선언이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 현재의 안보 지형을 흔들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앞서 12일 방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면담에서도 서 실장으로부터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었으나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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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은 종전선언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북-미 대화 재개 방안 논의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에 호응해오지 않는 한 종전선언 논의의 실질적인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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