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SNS 가짜계정 수천개로 美서 시위 선동 의혹… ‘21세기판 홍위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9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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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위병들이 마오쩌둥 어록인 홍서를 들어 보이며 충성을 다짐하고 있다 - 중국 공산당 홈피 갈무리
홍위병들이 마오쩌둥 어록인 홍서를 들어 보이며 충성을 다짐하고 있다 - 중국 공산당 홈피 갈무리
중국 정부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계정들이 미국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항의하는 시위 참여를 선동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천 개에 달하는 이 계정들은 차명으로 만들어진 가짜 계정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이른바 ‘SNS 홍위병’을 동원해 중국에 불리한 글로벌 여론을 의도적으로 바꾸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 시간) 미국의 사이버보안업체 맨디언트와 구글이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10여 개 SNS에 개설된 계정 수천 개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상대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정의 게시물들은 영어와 중국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한국어 일본어 등으로도 작성됐다.

이 계정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게시하거나 퍼뜨리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거짓 정보도 확산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4월 24일 뉴욕시에서 예정된 집회가 있었는데 이날 이 계정들이 집중적으로 “코로나19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가설에 맞서 싸우라”고 부추겼다.

WSJ은 “맨디언트와 구글이 이 같은 가짜 계정들의 활동에 대해 중국 정부의 소행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정부 기관을 통해서든 아니면 제3의 업체를 통해서든 중국 정부의 후원자가 지원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WSJ은 사이버 안보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이들 계정이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방해하는 활동에도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은 문제가 된 가짜 계정들을 정지시킨 상태다. WSJ은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이런 계정들의 활동이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사회 분열을 조장한 러시아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존 헐트퀴스트 맨디언트 부사장은 “그들은 크렘린의 교과서를 그대로 베꼈다”고 했다.

앞서 5월에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중국 국영매체와 외교관이 차명으로 만들어 관리하는 트위터 계정이 최소 449개라고 밝힌 바 있다. 연구진은 이 계정들이 8개월 동안 95만 건 가까운 게시물을 올리면서 중국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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