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서 ‘공동부유’ 비판 목소리 나오자… 中 사정 칼날, 대학 향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입력 2021-09-07 16:37수정 2021-09-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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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보기술(IT)기업, 사교육, 연예산업에 대한 규제를 연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대학에도 사정 칼날을 들이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17일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며 ‘공동부유(共同富裕)’ 개념을 주창한 후 최고 명문 베이징대에서 이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공산당의 사정 및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5일 전국 31개 주요 대학의 최고 책임자를 수도 베이징으로 소환해 5월부터 진행한 감찰 결과를 설명했다. 여기에는 4대 명문대로 꼽히는 칭화대, 베이징대, 푸단대, 상하이 자오퉁대(칭베이푸자오·淸北復交)도 모두 포함됐다.

이 자리에서 기율검사위원회는 “일부 학교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이념 교육이 매우 느슨해져 있다”고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이어 “이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공산당의 통제에 대한 엄격한 집행 또한 지지부진하다”고도 했다. 시 주석과 공산당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허용할 수 없으며 공산당 주장과 다른 생각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 경제학자인 장웨이잉(張維迎·62)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말 한 학술기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당국의 잦은 개입으로 ‘공동부유’가 아닌 ‘공동빈곤’이 될 수 있다”며 시 주석의 ‘공동부유’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2012년 말 시 주석 집권 후 학계에서 시 주석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은 매우 드문 사례에서 큰 파문을 낳았다. 하지만 장 교수 개인만 콕 집어 제재하면 “이 정도의 학문적 비판조차 수용하지 못 한다”는 국내외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해 당국이 대학가 전체를 압박하는 쪽을 택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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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는 “시 주석 집권 후 교수들은 언론자유, 시민권 등 민감한 주제와 거리를 두라는 이야기를 줄곧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특히 서양 철학 및 예술에 관한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반드시 교과서대로만 가르쳐야 하고 시 주석이나 공산당에 관한 언급, 중국과 서방과의 비교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11월에 열리는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올해 창당 100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의 성과를 홍보하는 여러 행사가 예정돼 있다. 공산당의 주요 행사를 앞두고 시 주석에 대한 비판을 원천 차단하려는 행보라는 뜻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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