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비켜’ 탈레반 위협에도…에너지바로 연명하며 보도”

임보미 기자 입력 2021-09-07 14:35수정 2021-09-0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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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첫 날 카불 풍경부터 미군 수송기를 타고 아프간을 빠져나오기까지…. 미국의 아프간 철군 기간 카불의 혼돈을 현장에서 전했던 클라리스 워드 CNN 선임 특파원(41)이 취재 후기를 전했다.

6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 따르면 워드 특파원은 당초 8월 2일 아프간에 도착해 2주만 머물 계획이었다. 그는 “그 2주가 3주가 될 줄도, 우리가 카불 함락 현장에 있게 되리라는 것도, 카불 함락이 몇 시간 만에 총소리도 없이 조용히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현지 직원들과 계란, 쿠키, 에너지바로 연명하며 보도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도착 직후 아프간군과 함께 칸다하르 최전선에 머물던 그는 3일 후 탈레반이 칸다하르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왓츠앱(모바일메신저)으로 아프간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라고 물었더니 ‘우리는 떠났다’는 답만 받았다는 워드 특파원은 “아프간 군은 이 싸움을 계속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탈레반의 점령이 왜 그렇게 빠르게 진행됐는지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CNN 클라리사 워드 아프간 특파원과 취재팀이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위협을 받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오른쪽에 있는 여성이 클라리사 워드.2021.08.19.
워드 특파원은 현장팀과 함께 8월 14일 카불 안전가옥으로 이동해 보도를 준비했다. 탈레반은 15일 카불을 점령했고 워드 특파원은 16일부터 아바야(아랍 전통 검정색 긴 드레스)를 입고 현지 르포에 나섰다. 르포 중 탈레반 대원으로부터 “여자는 비켜서있으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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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미국인 어머니-투자은행가인 영국인 아버지 사이 태어나 영국 보딩스쿨에서 공부하며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낸 그가 목숨이 위태로운 분쟁지에 서게된 건 9 ·11 테러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워드 특파원은 지난해 낸 회고록(‘모든 전선에서’)에서 예일대 4학년 시절 벌어진 911테러를 보고 세상이 자신이 아는 것과 현격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주제넘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최전방에 가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줘야겠다고 깨달았다”고 적었다.

워드 특파원은 그간 이라크 바그다드, 시리아 알레포 등 분쟁지역 보도를 전문적으로 맡았다. 2011년에는 CBS뉴스에서는 여행객으로 행세해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의 모습을 직접 촬영, 속옷에 메모리카드를 숨겨왔고 이 보도로 미 방송협회의 피바디상을 받기도 했다.

워드 특파원은 철군 기간 자신의 보도에 대해 “내 일은 뭐가 잘됐고 뭐가 잘못됐는지를 전하는 게 아니라 그곳 사람들이 느끼는 바를 전하도록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아프간 보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그는 “기자로서 우리의 임무는 최대한 주변에 오래 머물며 탈레반이 말한 것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피란민들과 함께 군 수송기로 카불을 탈출했던 워드 특파원은 남편과 1살, 3살 난 두 아들이 있는 프랑스에 머물다 지난주 다시 업무를 위해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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